
그냥 구구절절 이야기하고 싶어서 글을 써
일단 난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데, 공부에 좀 지친 상태야. 좀 심적으로 쓸 에너지가 없는 상태였어.
3년차인 남친 카톡이 권태기는 아닌데 뭔가 일이 있는데 이야기를 안하는거? 같은 느낌이 있었거든? 톡 답장도 평소보다 느리고, 글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차이같은거 말이야.. 근데 내가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에너지가 없어서 그냥 무시했었거든..
그걸 느낀 그 주에 남친이랑 데이트 하다가 헤어지기 전에 나보고 뭔가 서운한건 없냐고 묻더라고.. 그래서 내가 톡 이야기를 했지. 그랬더니 본인이 최근에 직장에 좀 힘든 일이 있어서 기운이 없어서 그랬다고 하더라고..
난 그냥 그렇구나 하면서 살짝 직감했던거 같아. 3년쯤 만나면 권태기 온다고 했던게 생각이 나면서 남친이 권태기인데 알아채지 못한건가 싶어서, 혹시나 권태기가 오게 되면 알려달라. 서로 노력해서 극복해보자. 이야기했지..
그러고 한 이틀? 정도 뒤에 갑자기 할말이 있다면서 전화가 가능하녜.. 평소에 전화를 잘 안하거든.. 그래서 권태기 이야기하려나보다 했는데 역시나더라. 본인이 더 생각했는데 권태기인거 같다고..
그래서 나는 그 상황에 붙잡고 싶은 마음이 컸나봐.. 그럼 점심시간에 전화 해볼까? 하고 이야기했지. 남친은 당연히 동의했구..
근데 전화를 한지 한 삼일정도 지났나.. 내가 이미 에너지가 없는데 권태기를 극복해보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하니까 공부가 안되는거야.. 부족한 에너지를 자꾸 공부에너지를 끌어다쓰는거지..
게다가 난 스터디카페에도 못들어가고 더운 계단에서 전화하는데, 남친은 차 에어컨 맞으면서 통화할걸 생각하니까 짜증이 너무 나는거야.. 근데 이걸 또 이야기도 못하겠는거야.. 남친은 권태기니까.. 이런 고민하던 찰나에 어머니가 회사 퇴직을 하시면서 점심을 챙겨줄테니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하시는거야. 이 이야기를 핑계삼아서 점심시간 전화를 그만뒀어.
이 주 주말에 데이트날이여서 만났는데, 만나면 양산을 항상 남친이 들어줬거든. 평소같으면 내가 이쪽으로 더 기울여줘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이 날은 그 자체가 짜증이 또 나는거야. 하.. 양산도 똑바로 못드나 생각하면서 오늘은 양산 내가 쓸게 하면서 나만 썼거든. 또 이 날 만화카페에 가서 권태기 오기 전에 약속했던 여행계획을 짜기로 햏는데, 더우니까 땀이 났을거 아니야, 카페에 들어가서 땀이 좀 식은 후에 자꾸 스킨십을 하려고 하는데 너무 귀찮은거야. 그래서 일부러 계획 짜자고 밀어내고 넷플 보면서 밀어내고 했거든.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까 내가 반대로 권태기가 왔나? 싶은거야.. 남친이랑 점심통화 하면서 남친이 좀 나아지고 있는거 같다고 했었거든.. 이런 생각이 들면서 내 감정에 의심이 들기 시작하니까 평소 굿나잇 인사하면서 사랑한다고 이야기했던걸 못하겠는거지..
이런 내용을 친구들에게 고민상담하니까 다들 권태기가 온것보다는 너가 삶에 너무 지친거 같다고, 인생노잼시기 인거 같다고 이야기 하더라고..
내가 이 연애가 첫 연애라 더 갈피를 못잡고 있었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들으니까 확신이 들더라. 더 이상 이 연애에 감정적으로 복잡한 신경을 쓰고싶지 않다고. 남친이 싫고 헤어지고 싶은건 아니고 감정을 쓰는데 힘이들었나봐..
거기에 가족여행도 있었어서 생각정리하는데 시간이 더 소모되면서 일주일 넘게 굿나잇 인사에 사랑한다고 못했어.. 근데 그 사이에 남친 톡에도 사랑한다는 이야기가 없어졌더라.
난 감정을 정리하고 다시 사랑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게 됐는데 말이지.. 근데도 전체적인 내용이 정리된게 아니니까..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더라..그래서 이건 이야기를 해야 끝나겠구나 싶었어.
저번주 일요일에 데이트하면서.. 이런 이야기들을 다 했어.
난 생각보다 더 지쳐있었고, 이런 일들이 다 심적으로 복잡한 일이었고, 난 더 이상 쓸 에너지가 없었다고. 남친이 공부를 잊고 쉬었다가 갈수있는 나무같이 생각했는데 흔들리니 내가 너무 부담스럽고 힘들었다고, 통화도 난 덥고 남친은 시원한게 짜증났고, 양산도 짜증나서 내가 들었고, 만화카페에서도 귀찮아서 밀어냈던거라고.
헤어지고 싶은것도 아니고 싫은것도 아닌데 너무 지친다고.
이야기를 서로 하다보니 그냥 서로에게 타이밍이 너무 안맞았다고, 서로를 원망하지 말고 예쁘게 보내주자고, 여행을 마지막으로 못다한 이야기들 털고 각자의 길을 가자고 결론이 났었어..
근데 어제 전화로 할말이 있다고, 지금 안하면 평생 후회할거 같다고 해서.. 결국 전화를 했어.
남친이 날 너무 붙잡고 싶다고. 일요일에 만났을때 권태기 왔을때가 아니라 전에 만나던 느낌처럼 좋았다고 하더라. 그런데 권태기가 장난도 아니고 이렇게 만났다고 휙휙 좋아졌다고 하기가 힘들어서 뚝딱거렸대.. 난 뚝딱거리는 모습을 보고 아직 권태기구나 하고 확신했던거구..
이런 이야기를 엉엉 울면서 이야기하는데.. 날 좋아했던,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 우니까 또 안쓰럽더라.. 계속 이야기 들어줘서 고맙다, 내가 널 생각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반복해서 이아기하고.. 그래서 생각할 시간을 좀 달라고 했지..
어쨌건 저쨌건 난 공무원시험 준비를 계속해야되고, 9개월, 1년9개월, 아니 2년9개월 쭉쭉 늘어날 수 있는게 공시준비인데, 이걸 남친이 버틸수있을지 의문인거야.. 또 이렇게 내가 붙잡혀주는 사람이 되면 내가 갑이고 남친이 을인 연애가 되는건 아닐까 걱정이 되는거고, 이런 감정적으로 신경이 쓰이는 순간이 오면 난 또 지금처럼 한달 내내 공부를 못했던 것처럼 공부도 못하고 있을거 같아서..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지금 예쁘게 보낼수있을때 보내줘야하는거 아닌가 고민하다가.. 이건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고민이 아니겠다 싶어서.. 오늘 퇴근하고 올 수 있냐고 물어봤지.. 차로 1시간 넘는 거리에 타지역이라서 힘들면 전화로라도 하자 했는데 바로 오겠다더라..
오늘 저녁에 만나서 밥 먹으면서 고민했던거, 걱정했던거, 의문이었던거 다 털면서 오빠는 나 만날 수 있겠냐, 나는 아직 확신이 없다. 확신이 생기면 다시 만날수있을거 같다. 이렇게 이야기했지.
그랬더니 지금처럼 권태기가 다시는 없을거라고 확신은 못주겠다. 근데 다시 권태기가 와도 지금 경험을 했으니 잘 넘길 수 있을거 같다. 어제 전화했을때 수험기간 길어지는것도 생각하고 마음먹고 전화했던거다. 라고 이야기하더라..
솔직히 난 더 이상 감정을 쓰고싶지도 않고 생각하기도 지쳐서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는데.. 없으니 또 허전했던게 생각나서.. 그냥 다시 만나자고. 근데 시험이 다가올수록 나는 더 예민해질거고 패악질도 늘어날거다. 그리고 난 이제 잘 보이려고 신경 안쓸거다. 나보고 다시 만나자고 한건 오빠니까 알아서 해라. 했는데... 다시 만나는거에 너무 좋아하더라..
근데 아직도 잘 모르겠어.. 내가 정말 부정적인 감정 없이 만날 수 있을지.. 카톡할때마다 생각날거고 얼굴 볼때마다 생각날거 같아. 그래서 다시 만나기로 한게 잘한 행동인지 잘 모르겠어.. 그래도 공부에는 다시 집중할 수 있을거 같긴 해.. 시간이 더 지나가야 알 수 있는거겠지..?
그냥 구구절절 이야기할 곳이 없어서 털어놔..
이렇게 긴 글을 얼마나 읽어줄진 몰라도, 읽어줘서 고마워..
이만 자러 가볼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