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계속 고민이 있어서 긴 글 적어볼까 해. 시간 남는 자기만 심심 풀이 땅콩으로 읽어줬음 좋겠다ㅎ
일단 나는 삼수하고 망해서 올 해 편입 준비하고 있어. 고1까지는 공부 되게 열심히 했고 성적도 잘 나오다가 이래저래 코로나 겹치고 집안, 그리고 밖으로 문제가 생겨서 고2부터 야무지게 손 뗐어. 나름 이미지가 있었고 욕심이 있었으니 내 성적에 맞는 학교는 거들떠도 안 봤고 그렇게 재수를 시작했었어. 근데 사람 쉽게 안 바뀐다고 재수 삼수 내내 공부 제대로 한 적 한 번도 없었어. 거의 명예 삼수생이었지.
그러다가 삼수 망하고 학은제로 편입을 준비하게 됐는데 나름 수능 준비보단 열심히 한 거 같아. 근데 솔직히 객관적으로 열심히는 전혀 아닌 거 같고. 요즘에서야 발등에 불 떨어졌다고 열심히 하는데 두 달도 안 남은 이 시점 뭐 열심히 해봤자 얼마나 올리겠어? 아마 떨어질 거 같아. 애초에 열심히 한 사람들이랑 같은 점수를 받고 싶다는 건 욕심을 넘어선 기만이지.
자기들이 읽으면서 느꼈겠지만 되게 나 한심해. 노력도 안 하면서 쓸데없이 이상만 높아서 그렇게 3년을 버렸더라고. 그러다 보니까 요즘 고민이 많아. 주변 친구들 보기가 부끄럽고, 부모님은 당연하며 남자친구는 내가 먼저 헤어지자 하는 게 맞는 거 같아. 얘는 원래부터 공부 안 하던 애라 대충 수시 맞춰서 전문대 갔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유학 준비 중이거든? 딱히 학벌이 지금 상황에선 차이가 나진 않아(나도 재수하고 전문대 갔다가 바로 자퇴했어). 근데 뭔가 그냥 쪽팔리다. 나도 내가 이렇게 한심한데 쟤는 얼마나 내가 한심할까 싶고 안 그래도 아버님이 여자친구 학벌 중요시 하신다던데 쪽팔리고 실망스러울까 싶어.
그냥 다 내 탓이고 스스로도 한심한 거 너무나도 잘 아는데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관계 다 끊고 도망치고 싶다. 이번에서야 내가 극한의 회피형인 걸 알았어 진짜ㅋㅋㅋ.. 시험도 보기 싫고 보나마나 떨어질 거 뻔하니까 학사로 학점 더 채워서 내년에 볼까 싶기도 한데 내년이라고 내가 바뀔 거 같진 않아서 그냥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냥 어디 말 할 곳이 없어서 여기 주저리주저리 해봤어. 혹시나 여기까지 읽어준 자기 있으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