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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자기2024.03.30

가끔 보기만 하고 글 쓴적은 한번도 없는데, 고민이 있어서 털어놓고 조언좀 얻고싶어서 처음으로 글 써봐.
지극히 개인사에 많이 긴 글이니까 괜찮은 사람들만 봐줘!

나는 현재 23살이고 고등학교 2학년때 남자친구를 사귀었었어.
4~5개월정도 됐을쯤 남자친구가 성관계를 원하는 의사를 내비쳐서 나도 내키진 않았지만 호기심과 남자친구를 실망시키기 싫은 마음에 관계를 가지게 되었어.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적은 처음 한번인데다 잠시 넣었다 뺀 정도였고, 그 이후로는 항상 콘돔을 착용하고 관계를 가졌어. 그런데 한번은 우리 집이 비어서 남자친구를 불러서 관계를 가졌는데, 부모님이 예상보다 빨리 오셔서 몰래 나가려 했지만 실패하고 어색하게 인사만 하고 갔었어. 그때 부모님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셨나봐. 그 당시 내가 매일 일기를 썼었는데, 일기장을 내 책상에다 항상 뒀었거든. 엄마가 그 일기장을 몰래 보셨더라고. 우리 집이 독실한 기독교 집안인데다 내가 모범생이었어서 부모님이 크게 충격을 받으셨는지 내 앞에서 엉엉 우시고선 바로 헤어지라고 하시고 내 핸드폰 번호도 바꿨어. 일기장은 더 안보고 태우겠다고 하셨는데 이후에 말하시는거 보니까 결국 보셨더라고.. 그 이후로 부모님에 대한 신뢰는 바닥나고 남자친구가 붙잡아서 몰래 몇주 사귀었지만 얼마 안가 헤어졌어. 마침 친구관계도 조금 안좋았던 시기라 이성도, 가족도, 친구도 모두 의지할 곳도 없어서 아무한테도 못말하고 꽤 오래 혼자 힘든 기간을 보냈어. 매일 밤마다 몰래 울고 살도 많이 빠졌었는데, 아직까지도 그때가 트라우마같이 기억하기도 싫은 때로 남아있거든.
그래서 한동안 연애할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대학교 2학년때 지금 남자친구를 만나서 거의 2년 가까이 사귀고 있어. 안좋은 기억 때문에 연애하기로 결정하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성관계를 가진다는 생각만으로도 저 때가 떠올라서 남자친구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때까지 200일이 넘어서야 첫 관계를 가졌어. 그 이후로도 관계를 가질때마다, 남자친구랑 있을때도 종종 기억나서 꽤나 힘들었는데 남자친구한테도 털어놓지는 못했어. 조심스러운 마음에 1년도 넘게 연애하는걸 숨기다가 나중에야 말했어(근데 연애를 숨긴건 말 안해서 부모님은 1년도 안되신줄 알고계셔) 지금은 시간이 좀 흘러서 나름 괜찮아진 상태인데, 또 고민을 하게 된건 오늘 아빠의 말때문이야.
동생이 나이차이가 좀 나는데 지금 사춘기라서 싸우다가 외국에 있다가 오랜만에 온 언니(언니는 저때 다른 지역에 있었어서 몰라)한테 막 고민을 털어놓고 있었거든. 근데 아빠가 듣고계시다가 다들 그랬다고 하시면서 갑자기 나도 예전에 일기에 이상한거 적었었다고 하시는거야. 언니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냥 넘어가긴 했는데, 나한테는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기억을 저렇게 말해버리니까 갑자기 울컥했어. 저때 이후로 부모님이 빙빙돌려 남자 조심하라는 얘기는 몇번 하셨지만 직접적으로 얘기한적은 한번도 없는데, 그 얘기를 저런 식으로 꺼내니까 모든게 내 잘못이라는 식으로 들려서 말야.
물론 나도 미숙하고 잘못한 점도 있었긴 하지만, 미성년자때 성관계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부모님이 대처하신 행동도 결코 올바른 방법은 아니었다고 생각하거든. 그런데 5년이 넘는 시간동안 저렇게 생각하고 계셨다고 생각하니 머리에서 어떤 끈이 탁 풀리는 기분이 들더라... 나도 그동안 많이 잊기도 무뎌지기도 해서 지금은 부모님과 굉장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저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 앞으로 다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렇게 글로라도 처음 털어놓으니 마음이 한결 후련해지긴 하네!

여기까지 글을 읽어줬다면 객관적으로 나랑 내 부모님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내가 부모님을 어떻게 대하는게 좋을지.. 조언을 줬으면 좋겠어. 나도 아직 미성숙하기도 하고, 지금은 머리가 많이 복잡한 상태라 다른 사람들의 객관적인 시선이 궁금해서 이렇게 부탁해봐.


이야기가 구구절절 많이 길어졌는데, 읽어준것만으로도 고마워! 모두들 행복하길 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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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1

    한 번 정도는 언질을 하는게 중요해. 부모님도 그때 그 상황의 대처나 충격이 완전히 해소 되지 않아서 그런거 같아 보여서… 그때 상황이랑 당시 기분 걸렸을 때 기분. 이후 회복 되어가는 과정. 앞으로.

    2024.03.30좋아요1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1

      그 상황이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자기한테도 힘들다는거 말씀드리는게 중요할 듯! 그리고 경제적으로 허락 되면 상담 한번 받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 같아

      2024.03.30좋아요1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2

    힘들었겠다ㅠㅠㅜ 나는 레즈라서... 부모님한테 말을 아예 못하거든.... 그래서 공감이 가더라ㅠ 그냥 부모님은 부모님의 가치관이 있으니.... 나라면 그냥 최대한 안 부딪힐 거 같아...ㅠ

    2024.03.30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3

    나 같으면 동생한테 내가 듣고싶었던 말을 해줄 것 같아. "부모님 말 너무 듣지 마. 우리 부모님 유독 통제 심한거 알지? 차라리 언니한테 솔직하게 다 말해. 언니는 그냥 너를 위한 조언만 해줄거고 절대 뭔가 강제로 못하게 하지는 않을거다. 뭐든 솔직히 말해도 돼. 네 인생을 살아본 것도 아닌데 내가 어떻게 널 판단하겠어? 언니는 네 편이야" 이런 말... 동생에게 해주면서 동시에 자기자신에게도 해주면 어떨까

    2024.03.30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3

    부모님이랑 말이 통할 것 같으면 얘기해보면 좋겠지만, 글만 읽었을 땐 좀 꽉 막히신 것 같아서...

    2024.03.30좋아요1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4

    고생 많았다. 진짜… 고생 많았어. 자기가 할 수 있는 건 크게 두 가지 같아. 하나는 대화를 나눠보고자 하는 거. 부모님과의 대화를 통해 네 입장을 명확히 밝힐 수 있고 부모님께서 그런 널 이해해주고 받아들여줄 거 같다면 매우 좋지. 다른 하나는 놓는 거야. 부모야 아이를 갖기로 책임을 감당하고 널 낳은 거지만, 너는 원치 않은 상태에서 부모가 당연하다는듯 주어졌잖아. 그러니 잘 이어가려고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돼. 널 키워줫으니~는 성립이 안 돼. 그건 이미 널 갖기 전 책임지기로 한 부분이니까. 나도 엄마랑 안 친해. 그냥 사람이 안 맞아. 상성이 안 맞는다 해야하나. 그래서 3개월에 이틀 뵈어. 그러니까 안 싸우더라. 사람마다 필요한 간격이 있잖아? 그게 너랑 네 부모님 사이에 좀 많이 필요하다해서 잘못된 거 없어. 어느쪽이든 네게 행복한 선택 하면 좋겠다.

    2024.03.30좋아요1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5

    일기장에 정확히 무슨 내용이 적혀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노콘 얘기랑 남자친구랑 실망시키기 싫어서~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다면 부모님이 당시 보인 반응이 아아아주 조금은 이해가 되긴 해. 물론 정말 아주 조금이고 나와는 완전히 다른 가치관이라서 부모님의 그 행동들이 옳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리고 아버님이 하신 말씀은 자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신 그런 말씀이 맞아. 전혀 자기 잘못이 아니고, 미자때 관계 갖는게 이상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큰일이었는데 가볍게 말씀하신것도 너무하셨다고 생각해. 내가 만약 자기 상황이었다면, 앞으로 성생활이나 남친에 관련한 이야기는 부모님께 안드릴 것 같아. 최대한 언급을 피하고, 얘기가 나와도 최대한 빠르고 간결하게 마무리지을듯! 부모님의 가치관은 바꾸기 힘들고, 당신들의 가치관도 나름의 타당함이 있어 어느 방면에서는. 가족이라고 다 말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항상 가까워야하는것도 아니잖아? 어느정도 거리를 두는게 좋아보여

    2024.03.30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6

    자기는 아주 어른스러운 것 같은데...? 자기가 잘못한 거라면 콘돔을 처음에 안 낀 것밖에 없어. 그리고 부모님이 이성적이고 어른스러울 거라고 믿은 것도 실수라면 실수지 일기장 훔쳐보는 거, 청소년의 성관계를 ‘이상한 거’로 보는 거, 누군가의 민감한 기억을 제 3자에게 아무렇게나 공개하는 거 다 최악이야🥵

    2024.03.30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6

      본인들도 같은 방법으로 아이를 낳은 거잖아요.. (소중한 부모님 욕한 것 같이 느껴졌다면 미안해.) 그런 종교적 믿음이 없고, 성에 개방적인 가정이었다면 자기의 일기장을 봤더라도 다른 반응을 보였을 것 같아. 안전한 장소에서 관계를 맺고 있는지, 피임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지 정도를 확인하려고 했을 거야. 헤어지라고 하는 대신 (남친이 강요했던 거면 헤어지라고 했겠지만) 성인이될때까지 성관계는 가급적 하지 말라고 하거나.

      2024.03.30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6

    자기야, 어쨌든 충격이 컸겠다... 나도 부모님한테 아주 심한 말 들은 적이 있어서 다시는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 그치만 지금 사이가 좋다면 그걸 무를 필요도 없어. 나의 경우엔 그냥 부모님이 미숙한 사람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살아. 살다보면 마음은 잘 통하지만 어떤 부분은 생각이 정말 다른 친구도 생기잖아? 그냥 그정도로 생각해... 부모님이 태도를 바꾸시고 발전하면 제일 좋지만 윗 자기 말대로 그걸 받아들이실지 따져보고 대화를 시도하는 게 좋아. 아니면 그냥 또 대판 싸울 수도 있어ㅋㅋ...

    2024.03.30좋아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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