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OOO X a양
ADHD로 사는 삶
조용한 ADHD

학창시절부터 나는 매번 공상에 빠져있었다. 집중을 하려해도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생각때문에 수업에 집중을 할 수도 없었고, 자동적으로 재생되는 생각은 정지버튼이 없는 비디오와 같았다.
머엉-
공상 속의 생각들
- 만약에
- 만약에 아까 걔가 했던 말이 뭔 뜻일까?
- 그러면 진짜 웃기겠다.
- 약에
- 만약에 이건 누가 만들었을까?
- 내일 내가 죽는다면
- 갑자기 우리가 다 변하면 어떡해?
- 수업하고 있는데 불이 나고 창문으로 뛰어내리면 어떡해?

나는 내 또래친구들로부터 사회생활을 배웠다. 특히 인기가 많은 친구나 이쁜 행동을 하는 친구의 행동을 배우고 따라했다.
오 저렇게 하는 거구나

나는 운이 좋게도 매번 쓸데없는 질문을 받아줄 수 있던 언니가 있었고, 내게 잘못된 행동이라고 알려주던 친구가 있어서 그렇게 하나씩 배우며 성장했다.
만약 언니가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할거야?
친구들이 너 이렇게 하는 행동 상처받는대
미안
근데 생각보다 행동 하나하나 다 고쳐주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

누군가에게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일들이지만 나는 그 당연한 일을 매번 실수를 거듭하면서 배워야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이걸 실수하는 사람을 처음 봤어.
웃어?
에이 뭘요

나는 감히 누구에게도 이해를 바라지 않는다. 그것은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한번이라도 ADHD가 일부러 하는 민폐 행동이라고 여겨진다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고, 그 안에는 ADHD 역시 포함이 되어있다. 모두가 다름을 인정하는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혹시 일부러 실수해서 못난 사람 취급 받고 싶은 사람~?
아무도 없을걸?

무엇보다도 나는 누구 못지 않게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다만 조금 시간이 걸릴 뿐...
그 이유는 ADHD는 뇌 전두엽의 발달 지연으로 과잉행동/주의력 결핍 즉 뇌질환입니다. 즉 내가 노력을 하지 않아서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특히 ‘조용한 ADHD’는 더 많은 오해를 받을 수 밖에 없어요. 이유는 겉으로 크게 티가 나지 않기 때문인데요. 티가 나지 않기 때문에 조기치료가 어려워 그저 ‘공부에 흥미 없는 아이’, ’말썽쟁이‘ 등 낙인에 찍히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영문도 모른 채 큰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남들과 다름을 알게되고 뒤늦게 병원에 찾아가서 치료를 하려고 하지만 사실 완치는 불가능하게되죠. 어릴 때부터 누적된 부정적인 피드백은 성인이 되어서까지 이어집니다.
그리고 많은 실수를 통해서 그제야 하나씩 배우는 느린 어른이 되죠.
ADHD는 단순히 주의력 결핍/충동 의 문제가 아니라 자존감하락 급기야 우울/불안까지 같이 덤으로 얻게 됩니다.
제가 이런 포스트를 올리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기 보다는 ‘이런 사람도 있구나?’ 를 알리기 위함입니다. 제가 만나본 ADHD인들은 하나같이 마이너스에서 0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었어요.
그런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더욱더 힘차게 일어나고 더 크게 넘어지는 ADHD들을 오해하지 말아달라! 이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우린 그저 느릴 뿐이에요.

a양
성인 ADHD 환자 겸 작가
이십 대 후반에 ADHD 판정받고 난 이후 소리쳤다.
“유레카!”
@eureka.adh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