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적인 추진력으로 빠르게 즐기는 섹스는 어마어마한 쾌감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즐거운 순간을 최대한 오래 누리고 싶을 때도 있어요. 눈 깜빡할 새 지나가는 쾌감의 순간을 오랫동안 이어지는 황홀경으로 바꿔 놓는 거예요. 파트너의 몸을 잠깐 보고 감탄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들여 찬양하는 거죠. 천천히 시간을 들여 쾌감을 음미하는 섹스도 굉장히 즐거워요. 특히 팬데믹 등의 이유로 평소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을 때는 잘 맞는 방법이에요. 오래 사귄 관계라면 성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효율적인 섹스에 익숙해지기 쉬워요. 이런 섹스에 적절한 때와 장소가 주기적으로 찾아오기 마련이죠. 하지만 오랫동안 나른한 섹스를 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기분 좋게 음미하며 즐길 수 있을까요?
느린 섹스를 하는 이유
많은 이들은 오로지 오르가슴의 순간만을 목적으로 섹스를 합니다. 여러모로 이해할 만한 일이에요.
- 일단 잡지 속 이야기, TV 쇼, 온라인 블로그 등 온갖 매체에서 성적 접촉과 친밀한 시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다른 종류의 쾌감은 완전히 덮어 놓고서 절정만 강조하고 있죠.
- 그리고 여러 연구 결과 외음부가 있건 음경이 있건, 성적 만족도와 건강한 성생활을 자신과 파트너가 경험하는 오르가슴의 빈도와 질에 연결 지어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절정은 굉장히 기분이 좋아요.
모두 오르가슴을 찾아 헤매기 충분한 이유예요. 특히나 마지막 이유는 더더욱요. 하지만 페이스를 조금만 늦추면 오히려 더욱 즐거운 섹스를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지금부터 그 이유를 살펴볼게요.
쾌감 증폭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명제로 시작해 볼게요. 섹스를 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기분이 좋아서입니다. 즉, 쾌감이죠. 몸에는 다양한 성감대가 있습니다. 하지만 빨리 결승선에 도달하겠다는 일념으로 무시하고 넘어가는 성감대가 많아요. 전희를 할 때 가슴이나 목 정도는 조금 활용하기도 하지만, 이 부위만큼이나 큰 쾌감을 줄 수 있는 다른 부위도 많이 있거든요.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몸에서 사실상 모든 부위가 촉각적으로 자극했을 때 성적 흥분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어요. 그래서 섹스 플레이의 목표가 쾌감이라면 느린 섹스가 더 적합할 수 있다는 거예요. 느린 섹스를 통해 흥분도를 높여 쾌감을 극대화할 수 있으니까요.
B.B. 바렛은 2013년 출판된 『느린 자의 문화』라는 책에 실린 글 「느림의 감각과 섹슈얼리티, 그리고 에로티시즘」에서 이렇게 썼답니다. “빠른 섹스는 목표 지향적인 경향이 있다. 오르가슴을 느끼겠다는 목표. 긴장을 해소하고 싶다는 목표. 느린 섹스의 경우 이 목표가 쾌감으로 끝나는 경향을 보인다.” 목표를 세우고 달성해야 한다는, 참을 수 없는 내적 ‘욕구’가 있나요? 느린 섹스로도 이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전희 시간을 늘려 플레이를 평소보다 10~15분 길게 진행한다는 목표를 세워 보세요. 오르가슴에 도달할 때의 만족감을 느끼는 동시에 전에 없이 굉장한 성적 쾌감을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외음부가 있는 사람에게 적합
연구 결과 외음부가 있는 사람이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4분 정도입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그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고 주장하기도 해요. 반면 음경이 있는 사람은 삽입 섹스 시 사정할 때까지 평균 약 5분이 걸립니다. 이 9분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요? 전희 시간을 늘리고 섹스를 느리게 해야겠죠. 그러면 두 사람 모두의 쾌감이 커질 뿐 아니라 외음부가 있는 사람이 절정에 도달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어느 모로 보나 쾌감을 극대화할 수 있답니다. 오르가슴 지연이나 오르가슴 불능증(일반적으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없는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는 느린 섹스가 더욱 유용할 수 있습니다. 섹스하는 동안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이 커지는 데다 절정에 도달하거나 최소한 가까이 갈 확률도 올라가거든요.
‘느린 섹스 운동’을 주창하는 일부 성과학자들은 외음부가 있는 모든 사람에게 느린 섹스가 주는 이점을 설파하고 있어요. 그 중 제일 유명한 사람은 아마 니콜 데이든일 거예요. 책 『슬로 섹스: 여성 오르가슴의 기술』에서 오르가슴 명상(OM)이라는 것을 전파하고 있죠. 데이든은 OM을 통해 “진정한 여성의 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해요. 요점만 정리해 보자면 말 그대로 마음챙김의 섹스 버전이에요. 성적 경험을 길게 즐기면서 두 사람 모두 보다 깊은 영적, 신체적 연결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OM의 일부 요소(와 장점)는 탄트라 섹스와 흡사하답니다. 탄트라 섹스를 그냥 카마수트라 식의 다양한 체위 모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보다 훨씬 많은 의미가 있어요. 탄트라를 가르치는 섹스 테라피스트들은 커플의 친밀감과 성적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호흡 맞추기, 눈 오래 맞추기 등 접촉 없이 할 수 있는 행동과 ‘움직임 없는 삽입 섹스’, 오르가슴 없는 섹스 등을 추천해요.
오르가슴 강화
콘서트가 시작되는 순간을 기다리든 섹스로 성욕을 날려 버릴 준비를 하든, 기대감은 흥분을 키웁니다. 성적인 행동을 길게 끌수록 기대감이 많이 쌓이는 만큼 흥분도 커져요. 그리고 연구에 따르면 오르가슴도 강해질 확률이 높다고 하네요. 원래 이 연구의 목적은 성기능 장애를 치료할 방법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르가슴 컨트롤이나 ‘시작-정지법’ 또는 ‘엣징’이라고도 하는 이 테크닉은 성기능 장애 치료가 아닌 이유로 인기를 끌고 있어요. 이 테크닉을 사용하면 오르가슴이 강해진다는 거죠. 이 테크닉의 원리는 파트너가 긴 시간 동안 오르가슴의 ‘끝자락(엣지)’에 머무르도록 하며 흥분감을 높여 가는 것입니다. 엣징의 주된 방법은 삽입 섹스를 느리게 이어 가는 거예요. 하지만 외음부가 있는 사람 혼자 클리토리스와 손가락(이나 바이브레이터 등 섹스토이)을 사용하거나 음경이 있는 사람 혼자 손과 윤활제만 사용하는 등 자위에도 유용하답니다. 실제로 먼저 자위를 하면서 오르가슴 컨트롤을 연습해 보면 파트너와 섹스를 할 때도 성공할 확률이 높아져요.
느린 섹스의 다른 장점
느린 섹스를 하는 다른 이유도 많이 있어요.
- 급한 섹스는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기다려 섹스를 하는데 고작 15~60초에 불과한 오르가슴에만 집중할 이유는 없죠.
- 오래 사귄 커플은 섹스가 평범해지거나 단조로워졌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속도를 조금 늦추면 관계에 새로운, 혹은 잊고 있던 수준과 종류의 쾌감을 더해 섹스의 정의를 다시 쓸 수 있답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쁘게 살아가죠. 느린 섹스를 통해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달콤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요.
- 오르가슴만을 향해 달려갈 때는 놓치기 쉬운 연결감을 느린 섹스를 통해서 느낄 수 있어요. 그러면 진정한 의미로 만족스러운 성생활에 꼭 필요한 친밀감과 유대감을 깊게 만들 수 있죠.
느린 섹스를 하는 방법
두 가지 상황을 비교해 보세요. 먼저 운전을 하다가 도로의 제한 속도보다 25km/h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 경우. 이때 속도를 낮추는 건 어렵지 않아요.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발에서 힘을 좀 빼면 되니까요. 하지만 섹스를 하다가 속도를 늦추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평상시에 하는 성적인 행동은 경험을 통해 발달한 것이기 때문이죠. 그냥 스스로에게 천천히 하라고 하는 것만도 굉장히 어려워요. 근육 기억과 몸에 박힌 본능을 극복해야 하니까요. 느린 섹스를 처음 시도해 볼 때는 몸과 마음이 시키는 것과 ‘전쟁’을 벌여야 할 수도 있을 거예요. 이 문제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섹스와 연결 지어 생각하게 되는 외부 자극이나 평상시 행동 중 일부를 바꾸는 거예요. 다음과 같은 부분을 바꾸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외적 요인
- 충분한 시간: 즉흥적인 섹스는 관계에 흥분과 아드레날린을 더해 주죠. 하지만 평소에 서로 몇 분 정도만 낼 수 있는 상황에서 빠르게 섹스를 하는 편이라면 느린 섹스를 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랄 수 있습니다. 달력에 ‘느린 섹스’라고 적어 둘 필요까지는 없지만, 여유롭고도 즐거운 섹스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을 때를 골라서 시도해 보세요.
- 장소 변화: 평소에 파트너와 섹스를 할 때 침대로 뛰어드는 편이라면 느린 섹스를 시도할 때 처음 몇 번은 침대 말고 다른 편안한 장소를 찾아보세요. ‘평소에 섹스하는 장소’에 있을 때는 익숙한, 즉 빠른 패턴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아집니다.
- 환경 변화: 평소 섹시한 시간을 가지기 전에 켜는 향초의 향이나 커튼을 통해 새어 들어오는 불빛의 밝기만으로도 익숙한 패턴으로의 회귀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평소 섹스를 할 때 경험하는 감각적 요소를 바꿔 보세요. 느린 섹스가 아예 다른 경험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요. 또 한 가지 유용한 팁! 음악을 틀고 하는 걸 좋아한다면 빠른 음악보다는 느리고 관능적인 음악을 고르세요.
성적 행동 변화
- 손 떼기: 파트너의 몸에 손을 대지 않기가 힘들더라도 한 번 시도해 보세요. 손을 쓰지 않는 마음챙김 호흡법을 실천하면 진정하고 현재를 생각하며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 성기능이 증진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걱정 마세요. 몸과 본능을 늦추고 나면 실제 섹스를 할 시간은 차고 넘쳐요. 손을 대지 않기가 어렵다고요? 파트너의 눈에만 집중하며 상대의 느낌을 상상하거나, 안대를 활용해 다른 감각을 민감하게 만들어 보세요. 아니면 음악이나 TV를 끄면 방해 요소 없이 현재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답니다.
- 탄트라 터치: 전희의 정의를 넓혀 보세요. 서로의 온몸을 천천히 어루만지는 거죠. 척추와 목, 팔, 심지어는 발(발 페티시 얘기는 아니고요)을 만지거나 마사지하면 색다르고도 달콤한 감각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성적 전류를 키울 수 있어요. 심지어 ‘평소 하던’ 키스와 애무를 조금 오래 하는 것만으로도 페이스를 늦추고 천천히 열기를 더할 수 있답니다. 서로의 몸을 만지고 탐색할 때는 파트너와 가까이 붙어 있는 게 좋아요. 호흡을 맞추며 연결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 다양한 체위와 동작: 삽입할 준비가 되었을 때 평상시로 돌아가 버리면 안 돼요. 아아아아아아아아~~주 느리게 삽입하며 그 과정의 모든 느낌과 감각 하나하나에 집중하세요. 찌르는 횟수를 셀 수 있을 정도로 속도를 늦추고 골반을 조금씩 틀어 찌르는 방식을 바꾸어 가며 느리게 이어 가세요. 더 추천하자면, 체위를 바꾸어 기승위를 취하면 외음부가 있는 사람(즉, 오르가슴에 늦게 도달하는 쪽)이 동작의 리듬과 스피드를 조정할 수 있어요. 엣징 테크닉을 활용하여 쾌감을 느끼는 시간을 늘리고 오르가슴으로 끝맺는 순간을 늦추세요. 무엇을 하든 끝을 향해 달려가지 말고 계속 감각에 집중하세요.
그래도 브레이크를 세게 밟기가 너무 어렵다면 일부러 시간을 정해서 느린 섹스를 시작해 보는 것도 좋아요. 예를 들어 10분 동안 워밍업을 하고, 10~20분 동안 관능적인 마사지를 즐기고(이 시간을 반씩 나누어 번갈아 가며 서로에게 마사지를 해 주는 방법), 또 정해진 시간 동안 입으로 서로를 자극하되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않을 정도로 하고, 그 다음에는 10~15분 정도 삽입을 할 수 있어요. 이상적인 방법은 아니니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 두세요. 타이머를 신경 쓰느라 섹스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오래된 습관을 버리는 것은 쉽지 않고, 일단 느린 섹스를 통해 쾌감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 알고 나면 곧 시계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