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알고 지낸 친구가 갑자기 할 말이 있다는 문자를 보낸 적이 있어요. 문자 메시지 세 개가 지나간 뒤에야 본론이 나왔죠. “오르가슴은 어떻게 느끼는 거야? 한 번도 느껴 본 적이 없어.”
파트너와 10년이나 사귀었는데 그 동안 단 한 번도 오르가슴을 느낀 적이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친구는 오르가슴을 경험한 적이 있었어요.
대화를 조금 더 이어 가다가 이 얘기를 하더라고요. 오르가슴을 느껴 보긴 했는데, 섹스 후 몰래 욕실에 숨어서 자위를 하다가 느꼈다고요. 하지만 파트너와 섹스할 때는 오르가슴을 경험하지 못했고, 파트너와 사귀기 시작한 이래로 계속 오르가슴을 느끼는 척 연기를 했대요.
이거야말로 핵심이 되는 정보였고, 대화의 방향은 완전히 바뀌었답니다.
관계에서 느끼는 쾌감을 개선하고 싶어하는 내담자와 상담을 할 때면 이 지점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 친구처럼 삽입 섹스가 아닌 상황에서 느끼는 오르가슴은 오르가슴으로 ‘안 치는’ 사람이 많아요. 마음 속으로 삽입이 아닌 성적 활동을 섹스로 ‘안 치기’ 때문이죠.
우리 사회에는 삽입 섹스를 제일 중요하게 여기고 성적 활동의 절정으로 생각하도록 가르치는 문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