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OOO X Dame
우리 인간은 '만짐'을 사랑합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몸이 닿는 접촉을 많이 활용하는 사회적 생물이거든요.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몸에 누군가의 손길이 닿을 때 뇌에서는 옥시토신 등 긍정적인 신경 화학 물질을 분비한다고 해요. 그러면 차분하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느낌이 들죠. 마찬가지로 아무도 만져 주지 않으면 사람은 굉장히 힘이 빠지고 우울한 마음으로 시들어 갑니다. 심리학자와 연구자들은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된 어른으로 자라려면 스킨십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답니다. 즉, 신체적 접촉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해요.
로맨틱한 관계에서는 만진다는 것에 에로틱한 의미가 생깁니다. 그냥 섹스 얘기만은 아니에요. 물론 섹스도 로맨틱한 관계의 일부죠. 하지만 섹스 말고도 다양한 만짐이 우리가 안전하고 행복한 느낌을 받으며 에로틱한 욕구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성적인 ‘전기 작용’을 해요.
임상심리학자, 성심리학자이며 『마인드 더 갭: 성적 욕구의 진실, 그리고 행복한 성생활을 유지하는 법』의 저자인 카렌 거니 박사는 ‘성적 전류’라는 용어를 만들었어요. 로맨틱한 관계에서 생식기를 자극하지 않는 만짐이 파트너와 성적인 공감을 쌓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하기 위해서였죠. 그리고 성적인 공감은 관계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에 큰 영향을 준답니다. 더 나아가, 성적 전류는 만짐을 넘어서 상대와 성적 파트너로서 공감을 만들어 가는 모든 방식을 일컫는 말이 되었어요.
이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성적 전류 개념과 그 중요성, 성적 전류가 없으면 로맨틱하고 성적인 관계에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짚어볼게요.
성적 전류란 무엇인가
로맨틱 파트너를 껴안고 키스하고 쓰다듬으며 딱 달라붙거나 얼굴을 비빌 때면 성적인 전기 작용 같은 것이 발생합니다. 이 작용은 커플 간의 섹슈얼한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에요.
이런 만짐은 직접 생식기를 만지지 않고도 섹슈얼한 관계를 기반으로 "섹스에 대한 욕구와, 욕망의 대상이 되고 욕망을 표현하고 성적 파트너로서 우리만의 방법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하게 해 준다고 거니는 말합니다. 이를 통해 "섹스 없이도 몸으로 성적인 소통에 참여"할 수 있죠.
성적 전류는 그냥 스킨십과는 조금 달라요. 에로틱한 함의가 있어서 성적인 전기 작용을 하는 것을 말하거든요. 스킨십은 가족, 친척이나 친구와도 할 수 있습니다. 따뜻하고 애정이 넘치지만 성적인 의미는 없어요. 거니는 성적 전류의 경우 ‘끌림과 욕망’이라는 의도가 있다고 말합니다. 성적 전류는 상대와 서로 성적인 공감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도와 주는 기본 요소예요. 성적 공감이 쌓이면 실제 섹스도 더 많이 하게 되죠.
게다가 직접 만지는 것 외에도 성적인 전기 작용을 하는 상호 작용이라면 모두 성적 전류에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성적인 의미가 있는 문자를 보내거나, 파트너와 사랑과 욕망을 담은 눈빛을 교환하거나, 파트너에게 달콤한 사랑의 말(이나 성적 판타지 같은 섹시한 말)을 속삭이는 것도 성적인 전류가 흐른다고 할 수 있어요.
성적 전류=’섹스’는 아니지만, 성적 전류 자체가 본질적으로 섹슈얼한 개념이에요.
성적 전류도 성생활의 일부다
오해하면 안 될 것이 있어요. 성적 전류가 섹스는 아니지만 성생활의 일부랍니다.
"관계에서 ‘성생활’이란 파트너와 어떤 형태로든 섹스를 하는, 비교적 자주 있지 않은 순간만을 가리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거니의 말입니다. "하지만 성생활 개념을 이런 식으로 정의하면 섹스라는 좁은 범위 밖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성적 소통의 질을 높일 기회를 버리는 거죠."
로맨틱 파트너와의 사이에서 사랑과 욕망, 끌림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성적 전류를 잇는 네트워크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체 퍼즐을 완성하려면 꼭 필요한 조각이죠. "양질의 성생활은 자기 혼자 생겨나는 게 아니에요. 성적 전류가 약하면 장기적인 성적 만족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거니의 말이에요. "내담자 분들에게 종종 하는 말인데, 관계에 성적인 전류가 강하게 흐를수록 성적이지 않은 영역(예를 들어 설거지나 집안일을 같이 할 때)에서 섹스로 넘어갈 발판이 더 많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기본적으로 성적 전류는 상대와 서로 성적인 공감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도와 주는 기본 요소 역할을 하고, 성적 공감이 쌓일수록 실제 섹스를 더 많이 하게 됩니다.
성적 전류는 오르가슴 외의 욕구를 충족해 준다
섹스를 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신체적 쾌감도 중요하지만, 쾌감만이 목적은 아니니까요. 파트너와 친밀감, 연결감을 느끼고 성적인 욕망의 대상이 된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 섹스를 하기도 하죠. 성적 전류가 관계의 토대가 되는 이유는 제대로 된 섹스를 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도 이런 욕구를 충족하게 해 주기 때문이랍니다.
"어느 정도 성적 전류가 흐르면 파트너 간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흥분감, 생동감,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되는 느낌을 받기 위해 꼭 섹스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어 줍니다." 거니는 말합니다. "커플에게 아이가 생겼다거나 하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한동안 섹스를 하기 어려운 경우에 아주 유용할 수 있어요."
오랜 관계에서 성적 전류가 사라지지 않도록 지키는 방법
관계 초기에는 보통 성적 전류가 아주 많이 흐르죠. 파트너와 처음 사귀기 시작했을 때를 생각해 보세요. 오랫동안 열정적인 키스를 나눴나요? 성적인 내용이 담긴 문자를 수없이 주고받았나요?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마냥 서로 딱 달라붙어 있었나요? 그렇다면 그 행동은 모두 새로운 관계에서 나온 에너지에 힘입어 나타난 것입니다.
사람에게 처음 빠져들 때면 뇌에 기분이 좋아지는 화학 물질이 잔뜩 흐릅니다. 상대를 알아 가면서 편안해지면 보통 이런 성적 전류가 약해지기 시작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애무를 나누는 일은 없어지고, 서로 플러팅을 하지도 않고, 에로틱하게 만지는 경우도 줄어들어요.
문제는 성적 전류를 덜 나누게 될수록 앞으로도 나누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이에요. 악순환이죠. 그러다 보면 파트너끼리 서로 멀어지고, 서로가 있는데도 외롭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 침실에서의 경험에도 영향이 있죠. 당연한 거 아닌가요? 더 나아가면 섹스리스 관계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욕구를 느끼거나 섹스를 시작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모든 행동이 너무 당연하거나, 아니면 너무 부담스럽고 압박감을 받아서 하는 것으로 느껴지거든요." 거니의 말이에요. "욕구는 그대로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성과학 연구에 따르면 그렇지 않아요. 욕구에는 적절한 상황과 계기가 필요합니다."
성적 전류가 완충재 역할을 해 주지 않으면 섹스를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사이의 간극이 점점 벌어져 섹스를 하자는 이야기 자체를 꺼내기도 어려워집니다. 반면 잘 키운 성적 전류는 우리의 에로틱한 느낌을 채워 주는 특별한 소스 역할을 합니다.
성적 전류는 욕구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사람은 대부분(특히나 여성이나 여성으로 키워진 사람이라면 더) ‘계기’가 있어야 성욕을 느껴요. 섹스는 자연스럽게 원하게 되는 것이니 굳이 뭘 더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feat. 가부장제)을 가진 사람이 많죠. 하지만 아닙니다. 성적 전류를 만들어야 해요. 우리에게 필요한 바로 그 계기니까요!
성적 전류는 "오래 만난 관계에서 욕구가 줄어들 때 중요한 완충 역할을 합니다."라고 거니는 말합니다. "욕구는 그대로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특히나 파트너를 사랑한다면 더더욱요. 하지만 성과학 연구에 따르면 그렇지 않아요. 욕구에는 적절한 상황과 계기가 필요합니다."
성적 전류가 강하면 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거니는 성욕이 적어졌다는 문제 때문에 치료실을 찾는 커플에게 먼저 성적 전류를 만들어 가도록 합니다. 이를 통해 서로 성적인 공감대를 다시 만들면 섹스를 시작하기가 쉬워집니다. "욕구 문제는 보통 한쪽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 채워지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나타나요." 거니는 말합니다.
"이 사람이 원하는 건 보통 실제로 섹스를 얼마나 많이 하느냐, 오르가슴을 얼마나 느끼냐 하는 게 아니에요. 상대도 자신을 원한다고 느끼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플러팅을 받고,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우리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 느끼는 게 중요하죠. 이 모든 게 성적 전류의 역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