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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산의 썬데이 루틴

안수산의 썬데이 루틴

안돼? 그래? 그래도 킵고잉

3min
안수산의 썬데이 루틴

☀️
SUNDAY ROUTINE 여성 역사의 달, 위대한 여성의 이야기. 안수산일요일 일정을 확인하고 함께 경험해보세요.

미국 최초의 동양인 여성 해군 장교의 일요일은 어떤 모습일까요?

1950년대의 어느 일요일, LA에서 안수산이 잠에서 깼습니다. 해군 제대 후 막 창설된 미국 국가안전보장국의 부서장이 된 그는 훌륭한 미국인이자, 강인한 어머니, 용감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충실히 살아갑니다.

🍚
8 : 00 코리안 아메리칸 브렉퍼스트

군대에서 제대한 이후에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습관이 되었어요. 6시에는 눈이 번쩍 떠지죠. 자리에서 일어나면 고요한 아침을 만끽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깁니다. 어린 딸 크리스틴과 어머니가 잠에서 깨기 전에 조깅을 즐기고 집에 돌아와요.   아이를 돌봐주는 보모도 있지만, 주말만큼은 직접 가족들의 식사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미국식으로 준비해도 김치와 같은 한국 반찬은 빼놓지 않죠. 제가 어렸을 때 먹었던 것과 같은 것을 아이에게도 먹여주고 싶거든요. 우리는 훌륭한 미국인 가정을 완성했지만, 뿌리를 잊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어머니, 딸과 함께 이른 아침 식사를 합니다. 일요일이라고 게으름 부리는 사람은 우리집에 없어요. 남편 프랭크가 해외 주둔지에 가 있는 동안 저는 잠시 어머니와 LA의 집에서 머물게 되었습니다. 이 곳은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기도 해요.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죠.   제가 18살이 됐을 때 이곳의 한인 중매쟁이들이 집을 찾아왔던 일도 생각나네요. 저는 여동생과 함께 2층에 숨곤 했죠. 어머니는 저희를 위해 늘 거짓말을 하느라 곤란해지셨는데 “숨을 거면 아무 소리도 내지마라”고 당부하셨죠.   그랬던 제가 커서, 제 아이와 함께 어머니와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니. 인생은 정말 놀라운 일의 연속이에요. 그때의 어머니는 제가 아일랜드에서 온 백인과 결혼할 줄은 정말 모르셨겠죠.

9 : 00 오전 예배 w. 어머니

아이를 보모에게 맡기고 어머니와 함께 한인 교회에 갑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존재했던 오래된 곳이죠. 먼 곳에서 와 정착한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아주 소중한 커뮤니티 공간이예요.   예배 시간에는 다양한 역사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을 볼 수 있어요. 슬라브인과 중국인, 일본인, 러시아인, 멕시코인 그리고 미국에 뿌리내린지 오래된 백인들도 함께해요.   예배를 마치고 나와 교회 마당을 걷는데 야구공이 날아와 잡았어요. YWCA의 단복을 입은 여자아이가 죄송하다고 소리치더군요. 저는 그를 향해 웃으며 던져주었죠. YWCA 의 야구단원이었던 옛 추억이 떠올랐어요. 열여섯살 때부터 야구를 시작해 대학팀의 강타자로 활약했었죠.   진심으로 말하는데, 야구는 여자아이를 위한 운동이에요. 팀워크와 경쟁심을 배울 수 있거든요. 크리스틴이 조금 더 크면 우리는 함께 캐치볼을 할 거예요.

🏛️
11 : 00 기밀임무 점심 미팅 @NSA

전쟁은 끝났지만, 냉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해군을 제대하고 새로운 직장을 찾았죠. NSA, National Security Agency 국가안전보장국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암호를 해독하고, 민감한 외교 정보를 분석하는 팀을 이끄는 리더의 역할을 제안받았습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죠.   물론 여기서도 처음에는 저를 믿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동양인이고, 여성인 데다, 어린 아이까지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런 편견은 저에게 중요하지 않아요. 애써 싸울 일도 아니고, 화를 낼 일도 아니죠. 저는 이곳에 제 일을 하러 왔고 그냥 잘 해내면 됩니다. 실력을 보여주는 것. 그게 제 스타일이에요.   기밀 문서 해독과 관련된 회의를 마치고 팀원들과 짧은 티타임을 가졌어요. 다들 저의 해군 시절 이야기를 궁금해하길래 아주 간단히 말해주었습니다.   “처음 해군의 학사장교 프로그램에 입대 지원서를 냈을 때, 거절당했어요. 동양인이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그냥 일반 병사로 지원했습니다. 그곳에서 6개월간 훈련을 마친 뒤 장교학교로 가는 추천서를 받아냈죠. 얼마 뒤 저는 미 해군 최초의 동양인 여성 포병 장교가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놀라지만 저는 언제나 담담해요. 저는 아버지를 따라 일본과 맞서 싸우기 위해 장교가 되기로 결심했고, 그 방법을 찾은 것뿐이에요. 편견과 차별에 좌절하거나 상처받을 시간이 없었어요.   인생은 원래 공평하지 않습니다. 다만 성공하기 위해 스스로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
16 : 00 대학원 공부 @USC

최근 LA에 돌아온 후 저의 일상은 매우 분주해졌어요. 일요일에도 해야 할 일이 많죠. USC 대학원에서 동아시아학을 공부하겠다는 계획도 세웠거든요.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일은 매우 설레요.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 사람들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거의 몰랐고, 저는 유일한 한국계 학생이었지만 앞으로는 많은 것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때 저는 더 어린 학생들에게 제가 경험하고 배운 것들을 알려줄 수 있을 거예요.

🍹
22 : 00 칵테일 마시면서 편지쓰기

가족들과 시끄러운 저녁 식사를 마치고 크리스틴과 옛 이야기를 하면서 놀다 보니 어느새 밤이 깊었어요. 태평양의 기지에서 임무 중인 남편, 프랭크에게 편지를 쓸 시간이 됐죠.

트로피컬 칵테일을 마시면서 오늘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글자로 옮겨봐요. 이 특별한 칵테일은 그 사람과 함께 개발한 레시피인데 아주 달콤하고 강렬한 매력이 있죠. 술을 좋아하기로 유명한 한국인과 아일랜드 사람이 같이 만들었으니, 알 만하죠?  

🍊 수산의 트로피컬 칵테일 레시피 🍍

잔에 얼음을 가득 담고

오렌지 주스를 컵의 반만큼 채우고

파인애플 주스는 그 절반만큼 채워요

그레나딘 시럽을 넣어 붉은빛을 내고

원하는 만큼 럼을 넣으면 완성!  

이 칵테일은 제 오빠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도 아주 인기예요. LA의 명물이 되었죠. 위대한 아버지와 강인한 어머니를 둔 우리 형제들이 이 낯선 땅에서 일궈낸 크고 작은 성공을 자축하며, 싱그럽고 씁쓸한 맛을 음미합니다.   “훌륭한 미국인이 되어라. 그러나 한국인의 정신을 잃지 말아라” 아버지의 말을 되새겨봐요. 보세요. 오늘도 해냈어요. 안창호와 이혜련의 딸로 태어나 물려받은 용기를 갖고 씩씩하게 살고 있어요. 내일도 해내겠죠. 그 다음날도요. 이런 유산은 절대로 그냥 사라지지 않고,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어요.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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