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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의 썬데이 루틴

프리다 칼로의 썬데이 루틴

멕시코의 정원에서 겟레디윗미

4min
프리다 칼로의 썬데이 루틴

☀️
SUNDAY ROUTINE 여성 역사의 달, 위대한 여성의 이야기. 프리다 칼로일요일 일정을 확인하고 함께 경험해보세요.

화가에게 가장 완벽한 하루는 무슨 모습일까요?

1930년대의 어느 일요일, 멕시코에서 프리다 칼로가 잠에서 깼습니다. 삶이 주는 기쁨, ‘알레그리아’를 탐닉하는예술가의 하루를 따라가봐요.

💄
7 : 00 프리다의 뷰티 루틴

아침에 가장 먼저 일어나 하는 일은 거울을 보는 것입니다. 수염이 있고, 코가 툭 튀어나온 무뚝뚝한 표정의 여자가 보이네요. 그래도 눈이랑 눈썹은 정말 예뻐요. 제가 가장 매력을 느끼는 모델은 바로 저 자신이에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팔레트는 제 얼굴이고요.

맘에 들지 않는 수염을 보면서 한숨 쉬는 대신 오늘 머리에 얹을 꽃 코르사주를 골라볼까요? 머리카락을 단단히 뒤로 당기고 핀을 꽂아 고정한 다음 화려한 색색의 리본과 커다란 꽃 코사지를 달아줄 거예요.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 분홍색 장미가 좋겠어요. 우리집 정원에 핀 작은 꽃봉오리들도 따와서 같이 붙여두면 정말 근사할 거예요.

피부에는 수분 크림만 바르고 파운데이션이나 컨실러는 사용하지 않아요. 다양한 인종의 피가 섞인 제 피부색이 마음에 들거든요. 그대신 블러셔는 과감한 색상으로 골라서 듬뿍 칠해요. 르블론의 핑크색 블러셔를 주로 씁니다. 립스틱도 같은 브랜드의 마젠타색으로 진하게 바를 거예요. 가장 중요한 건 눈썹과 속눈썹이예요. 검은 천사의 날개 같아 보이게 만들 건데요. 딸리카에서 나온 아이브로우와 마스카라를 활용해 한올한올 강조해줍니다. 입술 위의 수염은 작은 빗으로 살살 빗어 정돈할게요.

화장을 마치고 거울을 보며 활짝 웃어보니 기분이 산뜻해졌어요. 아무래도 오늘은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아요. 이제 메이크업에 어울리는 숄을 골라서 걸쳐보고 분홍빛의 매니큐어로 손톱도 반짝반짝 빛나게 칠해봅니다. 아무도 만나지 않는 날에도 저는 늘 가장 아름답게 저를 꾸미려고 해요. 그게 가장 나 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하니까요.

🥓
10 : 00 아주 아주 아주 긴 브런치

뚱뚱하고, 사랑스럽고, 분노를 유발하는 남편 디에고가 아침 늦게 일어날 때쯤 식사 준비를 합니다. 집안일을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직접 요리하는 것도 좋아해요. 특히 디에고에게 먹일 음식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커다랗고 식욕이 넘치는 애완동물을 돌봐주는 듯한 기분이 들죠.

멕시코의 야생화로 둘러싸인 정원 테이블에서 우리는 아주 길고 긴 아침식사를 합니다. 점심시간이 지날 때까지 앉아서 수다를 떨 때도 있어요. 우리에게 온 편지들을 함께 보면서 이번 주에는 무슨 일을 할까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정치에 대해서 토론하기도 하고, 서로의 애인들을 질투하면서 한바탕 싸움을 벌이기도 해요.

저와 디에고는 공통점이 엄청나게 많아요. 우리는 그림을 그리고, 파티를 좋아하고, 공산주의를 신봉하죠. 서로를 끔찍할만치 사랑하면서도 계속해서 바람을 피워요. 저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도, 가장 슬프게 만드는 사람도 결국 디에고예요.

그가 제 여동생과 잤다는 걸 알았을 때는 세상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지금도 우리는 함께 있어요. 그의 수많은 무책임한 행동들이 저를 분노하게 만들지만 그가 그리는 열정적인 벽화들, 우리가 함께 꾸민 이 아름다운 집을 보면 제어할 수 없는 애정이 샘솟아요. 제 친구들은 왜 제가 계속 디에고와 같이 사는지 묻지만 저는 제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한 거예요. 디에고와의 생활이 제게 더 이상 행복해지지 않을 때 그를 떠나면 되죠. 제 사랑은 희생이 아니라 광기 어린 행복이예요.

👭
14 : 00 멕시코시티에서 카페 투어

디에고는 엄청난 햄을 먹어 치우고 자기 작업실로 올라갔어요. 우리 집은 디에고의 작업실 건물과 제 작업실 건물이 구름다리로 이어져 있는데 이 도시에게 가장 독특하고 세련됐죠. 친구들을 초대할 때마다 저 다리를 보고 감탄하는데 매번 들어도 언제나 기분이 좋아요.

저는 운전기사를 불러서 시내로 갑니다. 친구들과 만나서 멕시코시티에서 가장 핫한 카페와 바들을 돌아다닐 거예요. 그전에 우선 병원에 가야겠지만요. 18살에 전차에 치여서 몸의 절반이 망가진 이후로 진통제는 제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됐어요. 하지만 제 인생에서도 그냥 나쁘기만 한 것은 없어요. 약효가 센 진통제는 저를 몽롱하게 만들지만 저를 움직일 수 있게 하고, 때로 예술적인 도취감을 주기도 하죠.

친구들을 만나면 꺄! 하고 소리를 지르고 한바탕 법석을 떨어요. 저는 언제나 파티와 같은 인생을 살고 싶어요. 친구와 친구의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을 때 삶의 기쁨을 느끼죠. 지난 몇 년간 친구들을 떠나 디에고와 함께 미국에서 생활했을 때 향수병에 걸리기도 했어요.

친구들이 미국에서 제가 했던 인터뷰를 읽었다고 말해줬는데, 흠. 그땐 제가 생각해도 꽤 멋진 말을 한 것 같아요. 디트로이트 뉴스에서 제게 ‘디에고의 아내로서의 삶’을 물어봤을 때였죠. 친구들이 다시 그 말을 들려달라고 해서 거만한 예술가의 자세를 취하고 이렇게 말합니다.

“디에고? 애송이 치고 잘하긴 하지. 하지만 위대한 예술가는 나야”

🎨
19 : 00 그림…그릴까?

위대한 예술가가 친구들과 헤어지고 작업실에 돌아와서 이젤 앞에 앉았습니다. 저는 위대하긴 해도 성실한 예술가는 아닌 것 같아요. 자리에 앉자마자 딴 생각이 나거든요. 사실, 그림이 제일 잘 그려지는 곳은 침대예요. 건강이 나빠져서 꼼짝없이 침대에 갇혀있어야 할 때 저는 그곳을 탈출하고 싶어서 그림을 그리죠.

가만히 앉아서 작업 중인 작품을 바라보다가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 금방 손을 털고 일어납니다. 디에고와 화해한 이후 저는 가족에 대해서 그리고 있어요. 어쩌면 존재했을지도 모를 아이도 그렸죠. 만약 그 아이가 태어났다면 디에고와 나의 어느 부분을 닮았을까 생각해요. 그러다가 그냥 그만둡니다. 뭐, 가끔은 이런 날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
22 : 00 와인과 디저트로 하루 마무리

디에고와 함께 과일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밤늦게까지 와인을 마실 거예요. 멕시코의 과일들이 얼마나 맛있는지 다들 아셨으면 좋겠어요. 최악의 하루를 보낸 뒤에도 이 달콤한 것들을 먹고 나면 금세 콧노래가 나올 거예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는 라임 코코넛인데요. 레시피도 정말 간단하니까 꼭 한 번 만들어 먹어보세요.

🥥 프리다의 라임 코코넛 레시피 🥥

신선한 라임의 속을 퍼낸 다음

라임 껍질을 설탕물과 함께 끓여주고

코코넛도 잘게 부수어 설탕물에 졸여요

부드러워진 코코넛을 동그랗게 뭉쳐 라임 껍질에 넣어 합치면 완성!

한입 베어 물면 라임의 싱그러운 향기와 쫄깃한 식감이 느껴지고, 코코넛의 달달하고 관능적인 풍미가 입안에 가득 차서 흐뭇해. 아, 인생이 언제나 이렇게 달콤한 맛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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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따라하고 싶은 프리다 칼로의 썬데이 루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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