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여자 친구 중에서 가장 웃긴 친구 한 사람을 마음 속으로 떠올려보세요. 그 앞에서 누군가 “여자는 안 웃겨. 다 노잼이야”라고 말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화가 나고 반박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칠 거예요. 그 분노를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와 사례들을 찾아봅시다. 진짜 여자는 남자보다 못 웃길까요? 그게 거짓이라면 왜 누군가는 그걸 ‘팩트’라고 자신할까요?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왜 많은 사람들이 ‘여자는 안 웃겨’라고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이러한 편견이 여성의 성장을 어떻게 방해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실험 1. 여자는 노잼이다
2012년 캘리포니아 대학의 로라 미키스는 교수 평가에서 “재미가 없다”는 표현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교수들은 어떤 말을 듣고 있는지 궁금해졌죠.
1400만 건의 교수 평가 데이터 분석 결과 남성 교수가 여성 교수에 보다 훨씬 더 많이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남자가 여자보다 더 재미있는 게 사실인가?
로라 교수님은 직접 실험을 하게 됩니다. 32명의 학생들에게 만화의 한 장면을 주고 빈 칸을 채워보라고 했어요. 마치 ‘제목학원’ 처럼요. 그리고 다른 학생 집단에게 평가를 시킵니다. 가장 재미있는 건 5점, 가장 재미없는 건 0점이었죠.
그 결과 남학생들의 평균 점수가 여학생들보다 0.11점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로라 교수님, 그리고 여자들에게는 조금 좌절스런 결말이었습니다.
실험 2. 여자는 유잼이다.
“이제 이런 실험은 하지 않을 거야” 로라 교수님은 돌아서려 했지만 쉽게 털어버릴 수 없었습니다. 실험에 무슨 결함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했죠. 그리고 자신의 실험과 정말 유사한 최근 연구 자료에서 반전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2011년 인텔리전스 저널은 남녀의 제목학원 테스트 실험에 대해 소개합니다. 여기서도 남성은 더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2010년에 실행한 똑같은 테스트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점수 차이가 없었다며 그 결과를 덧붙였죠.
즉, 남성은 여성보다 웃길 가능성이 높지만 이런 경향은 결코 일관적이지 않다는 게 과학계의 결론입니다.
로라 교수님은 즉시 새로운 실험을 진행합니다. 남학생과 여학생들에게 ‘육포’, ‘워터슬라이드’ 등 무작위 단어 목록을 주면서 문장을 써보게 했죠. 여학생들의 문장은 더 창의적이고 잘 쓰여졌지만 재미는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다음 실험에서 ‘웃겨보려고 노력하라’고 명시적으로 표현하자 여학생들의 문장이 달라졌습니다. 재미 평가에서 점수가 확 올라 남학생들과 같은 수준까지 뛰어올랐어요.
여성도 남성들과 똑같이 남을 웃길 수 있는 능력을 갖고있었던 겁니다. 다만, 그 능력을 숨기려 할 뿐이었어요.
깨달음 1. 남자들의 유머 가산점
로라 교수님은 이 실험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합니다. 남학생들의 유머는 높은 점수를 받기도 하지만 최악의 점수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평균값은 높지만 편차도 컸죠. 욕설과 성적인 유머, 불쾌한 표현들을 훨씬 많이 썼고 그런 농담들이 점수를 깎아 먹었습니다.
웨일스 애버리스트위스 대학의 진화심리학자인 길 그린그로스는 남자들의 복불복 유머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남자들은 웃기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더 비참하게 실패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요. 성공했을 때 얻는 혜택은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현실을 돌아보니 어떤가요. 실제로 남자들은 웃기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그래서 비웃음도 자주 받습니다. ‘아재 개그’라는 말은 있지만 ‘줌마개그’라는 말이 없는 이유를 알겠죠. 이러한 많은 시도와 무리수, 실패 끝에 그들은 종종 성공하고 결국 ‘남자가 더 웃기다’는 편견을 덤으로 얻게 된 것입니다.
깨달음 2. 여자들의 유머 페널티
이제 로라 교수님은 실험에 참여하던 여학생들의 특징을 떠올립니다. 당당하게 자리에 앉아 열정을 불태우는 남학생들과 달리 여학생들은 주저하고 머뭇거렸습니다. “전 남을 웃기지 못해요”라며 시작 전부터 자신감없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많았죠.
실험이 끝난 후 자신의 예상 점수를 써보라는 설문에서 남학생들은 평균 ‘2.3점’을 주었지만 여학생들은 ‘1.5점’을 주었습니다. 남성들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을거라고 생각한 남성의 비율은 94%였고 여성의 89%도 거기에 동의했어요.
채점그룹도 비슷한 확신을 갖고있었습니다. 가장 재미있다고 판단한 답변을 쓴 사람의 성별을 맞춰보라고 했을 때 남성이라고 추측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죠.
로라 교수는 각 개인의 실제 능력과 별개로 ‘나는 못 할 거야’, ‘잘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 설명합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실현적 예언’에 해당하죠.
여성들의 유머는 사회로부터는 물론, 자기 자신으로부터 페널티를 받게 됩니다. 유별나게 뛰어난 유머 감각을 타고 나거나, 우연히 재능을 발견할 기회를 받은 소수만 능력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좋은 여성 코미디언이 티비에 많이 나오지 않는 이유입니다. 결국 ‘여자는 안 웃겨’라는 편견이 더 강화되는 악순환이죠.
질문 1. 유머는 여자에게’도’ 중요할까?
자,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웃기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
유머는 한 사람의 지적 능력과 자신감,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웃길 수 있다는 건 신나는 일이죠.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큰 힘을 지니고 있어요. 타인의 방어막을 허물고 나를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어요.
2023년 하버드비지니스리뷰는 ‘여자의 유머는 남자의 유머보다 더 큰 무기’라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리더쉽의 중요한 요소인 유머를 잘 활용한다면 여자가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내용이었죠.
사회에는 여성이 리더로서 자신의 능력을 어필할 때, 사람들은 그를 공격적으로 받아들이지만 반대로 따뜻함을 어필하면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는 이중잣대가 있습니다. 이때 유머를 활용하면 능력과 따뜻함을 동시에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발언권에 힘을 갖게 됩니다.
물론 유머가 항상 중요한 건 아닙니다. 여자들에게는 또 다른 풍부한 재능들이 넘치죠. 다만, 유용한 사회적 무기를 스스로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아야 해요.
질문2. 웃긴 여자는 인기가 없을까?
유머는 사회적 성공뿐만 아니라 연애에도 중요합니다.
2007년 20만 명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여성들은 배우자를 선택할 때 가장 선호하는 요소로 ‘유머’를 선택했습니다. 남성들은 세 번째 요소로 ‘유머’를 선택했죠.
그런데 이 ‘유머’가 완전히 상반된 개념이라는 게 최근의 연구로 밝혀졌습니다. 남자들은 자신의 유머에 웃어주는 사람에 호감을 느끼고 여자들은 자신을 웃게 해주는 남자에 호감을 갖는다는 거예요.
심지어 남자들은 웃긴 여자들을 싫어하는 것처럼도 보이기도 해요.
길 그린그로스와 같은 진화심리학자들은 이 결론을 과거의 연구와 연결해서 해석합니다. 남성들은 자신보다 지적 능력이 뛰어난 여자의 매력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요. 때문에 유머를 통해 지성을 발휘하는 여자에게 종종 위화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경고. 웃기는 여자가 되면 조금 덜 똑똑한 남자들에게 사랑받는 게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적 수준이 맞는 사람들과는 더 즐겁게 연애할 수 있어요.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과 사랑하세요.
웃긴 여자들을 볼 수 있는 명작들
여자들이 얼마나 웃긴지 알 수 있는 콘텐츠를 소개해드릴게요. 물론 훨씬 더 많지만 다 소개할 수 없었어요. 댓글로 더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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