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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ADHD? 뉴로다이버시티의 세계

나도 ADHD? 뉴로다이버시티의 세계

문득 내가 싫어질 때 읽어볼 것.

3min
나도 ADHD? 뉴로다이버시티의 세계

지금 당장 고치고 싶은 자기 성격의 못난 부분 세 가지를 떠올려보세요.

일단 저는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약속을 잘 못 지키고, 사람들 앞에 서면 심하게 긴장합니다. 사실 세 가지보다 훨씬 더 말할 수 있는데…

저처럼 10초 안에 세 가지가 다 떠올랐다면 이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봐야 합니다.

남들은 쉽게 하는 일인데, 나한테만 어렵게 느껴지는 일들이 있나요. 자기 혐오를 반복하게 되는 문제가 있는 것 같나요. 자신의 성공을 끝없이 의심하게 되나요. 남들과 어울리는 게 힘겨울 때가 있나요. 그렇다면 지금 딱 3분만 투자하세요. 자기님이 꼭 알아야 할 세상의 비밀을 알려드릴게요.

뉴로다이버시티라는 신세계

정신적 장애는 신체적 장애보다 많은 편견을 받습니다. 정상이 아니면 비정상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기준도 가혹하죠. 그래서 진단 자체가 공포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ADHD나 자폐증, 불안 장애 등의 일부 증상은 보통 사람들이 흔히 갖고 있는 성격의 한 요소일 수 있어요.

그래서 뭐야. 우리가 다 정신병이라는 거야? 라고 되물을 수도 있겠죠. 네 맞아요. 우리는 모두 정신병을 갖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는요.

현대의 뇌과학자들은 ‘정상적인 뇌’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의 뇌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뉴로다이버시티(Neurodiversity)’라는 단어를 만들었어요. 아스퍼거와 같은 자폐 스펙트럼, ADHD, 난독증, 불안장애, 조울증, 강박증 등이 모두 뉴로다이버시티에 포함됩니다. 뉴로다이버시티를 가진 사람들은 의학적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어요. 치료 없이도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경우도 많죠.

뇌가 아니라 발을 생각하면 더 쉬울까요? 평발을 예로 들어볼게요. 발바닥에 아치형 굴곡이 없는 발을 평발이라고 하는데 동양인의 87%가 해당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흔한 신체적 상태예요. 일부는 교정이나 수술 등의 치료가 필요하지만 대부분은 깔창만 사용해도 걷는 데 불편함이 없어요. 운동선수 중에도 평발을 가진 사람들이 많죠.

내가 평발이라면 평발이 아닌 사람들과 똑같은 신발을 신지 않으면 돼요. 모두가 같은 규격의 신발을 신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내가 뉴로다이버시티를 갖고 있다면 거기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돼요. 장애와 비장애,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단어를 지우면 이렇게 모든 게 간단해져요. 내 발, 내 뇌가 가진 특수성을 이해하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게 핵심이예요.

여자들이 늦게 발견되는 이유

여자들은 자기에게 ADHD나 자폐적 성향이 있다는 것을 아주 늦게 아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똑똑할수록 더 그렇습니다.

제나라 네렌버그를 소개할게요. 버클리와 하버드를 졸업한 뒤 CNN에서 아시아 특파원으로 일하며 저널리스트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여성이에요. 세상의 기준에서 모자랄 것 없어 보이는 삶을 살아 왔지만 그 자신은 계속해서 혼란과 실패를 거듭했다고 말해요. 남들은 쉽게 하는 빨래, 장 보기, 친구 사귀기 같은 일이 어려웠고 자존감이 무너지고 있었죠. 의사를 찾아갔지만 그저 남들보다 조금 예민할 뿐이니 휴식을 취하라는 말밖에 듣지 못했어요.

그를 구원한 건 병원이 아니라 자신과 비슷한 여자들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성공한 여자들과 인터뷰하면서 누구보다 멋져 보이는 그들 인생 이면에 누구도 짐작하지 못할 다른 이야기들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마침내, 긴 조사 끝에 자신의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해 내고 마음의 평안을 찾게 돼요. 제나라는 자폐 스페트럼과 ADHD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제나라가 아주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라는 거예요.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은 미국에서도 여자들은 아주 늦게 이런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자폐증의 경우 남자들의 진단률이 여자에 비해 3배에서 6배 높습니다. ADHD를 진단받는 여성의 평균 나이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지만 남자의 경우 7살이 가장 많아요. 최근에서야 뉴로다이버시티에 해당하는 여성들이 지금껏 ‘숨겨져 있었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죠.

전문가들은 여성의 자폐, ADHD 등은 남성과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발견이 어렵다고 분석해요. 진단 도구와 방식이 남성 기준으로 맞춰져있다고 지적하죠. 남자의 경우 과잉행동, 사회적 부적응 등이 표면화되지만 여자들은 증상을 내면화하기 쉬워요. 어릴 때부터 사회화가 시작되어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고 남들과 같아 보이기 위해 고군분투하죠. 이런 여자들의 행동을 ‘마스킹’ 이라고 합니다. 사회에 스며들기 위해 가면을 쓰고 괜찮은 척 애쓰는 걸 말해요.

제나라가 만난 여자들은 대부분 ‘괜찮은 척 하기’의 달인들이었어요. 하지만 정말 괜찮은 건 아니었죠. 언제나 감정적으로 긴장하고 우울감과 불안에 시달리면서 모든 문제의 탓을 자신에게 돌리고 있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충분한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거기에 너무 큰 에너지를 쏟느라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했어요. 어쩌면 그들은 더 큰 성취를 이룰 잠재력이 있는데도 사회적 가면을 쓰느라 그만큼 밖에 가지 못한 사람들인지도 몰라요.

괜찮은 척 하지 않고 성공하기

그러니 본질적으로 뉴로다이버시티는 저주가 아니라 축복일 수 있어요. 우리가 아는 대단한 여성 중에는 뉴로다이버시티를 가진 사람이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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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왓슨
  • 성공 : 배우로서 훌륭한 커리어를 쌓았고, 옥스퍼드와 브라운 대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으며, 인권 운동가로 활약하고 있어요.
  • 뉴로다이버시티 : 어린 시절 ADHD를 진단 받고 지금도 매일 약을 복용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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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애니스톤
  • 성공 : 드라마 ‘프렌즈’의 레이첼로 유명해진 그는 헐리웃에서 가장 많은 출연료를 받는 배우 중 하나예요. 영화 감독과 사업가로서도 승승장구 하고있어요.
  • 뉴로다이버시티 : 20살에 난독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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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아일리시
  • 성공 : 17세에 데뷔하자마자 슈퍼스타가 된 싱어송라이터예요. 2020년에 그래미에서 4가지 부문의 상을 휩쓸고 시대의 아이콘이 됐어요.
  • 뉴로다이버시티 : 뚜렛증후군으로 신체적 틱이 있지만 숨기지 않아요. 꾸준한 관리를 받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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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퀴리
  • 성공 : 여성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동시에 받은 유일한 인물이에요.
  • 뉴로다이버시티 : 전문가들은 그가 남긴 기록을 토대로 자폐 성향이 있었다고 진단합니다.

이 외에도 아인슈타인,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앤디 워홀, 팀 버튼, 찰스 다윈 등 이른바 천재라고 불리는 이들에게는 뉴로다이버시티가 아주 흔합니다. 과학자들은 사회성이 떨어지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유전자가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는 이유에는 ‘비범한 재능’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어요.

뉴로다이버시티를 지닌 모두가 천재가 될 수 있다거나,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다만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너무 애쓰지 않는다면 누구보다 더 뛰어난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거죠. 남들보다 서툴고 모자라 보이는 부분을 확대하는 대신 자기를 긍정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한다면 더 큰 성취를 누릴 수 있을 거예요.

마리 퀴리가 ‘모난 데 없는 모범적인 여자’처럼 보이기 위해 애썼다고 생각해보세요. 노벨상을 받는 연구를 하는 게 훨씬 힘들지 않았을까요?

선택하세요. 우리는 평범해지려고 노력하면서 삶을 소진할 수도 있지만, 그 노력을 내려놓고 도움을 받는다면 비범한 재능을 살리는데 몰두할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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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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