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가끔 우리는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분명한 일을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어느 날 가슴을 더듬다가 문득 불쾌한 감정이 솟구친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내 젖꼭지가 내 손을 싫어한다고…? 다행스러운 사실은 우리가 이런 일을 겪은 최초의 인류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그런 현상에 대해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도 있다. 바로 ‘슬픈 젖꼭지 증후군’이다.
만질 때마다 밀려오는 슬픔에 대하여
✔ 슬픈 젖꼭지 증후군
sad nipple syndrome, SNS
슬픈 젖꼭지 증후군은 실제로 의학 교과서에 등재된 의학용어는 아니다. 2014년부터 온라인상에서 대두된 ‘유두를 자극하면 기분이 침울해지는’ 증상을 통칭한다.
지난해 8월 한 틱톡커가 ‘유두를 만질 때 갑자기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이 느껴진다”고 말한 영상이 46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다시금 화제가 됐는데 무려 12,000명의 사람들이 공감의 댓글을 남겼다.
✔ 다양한 사람, 다양한 증상
슬픈 젖꼭지 증후군의 경험자들은 샤워 중에 실수로 닿거나, 옷을 갈아입을 때 또는 전희 중에 파트너가 유두를 만졌을 때 부정적인 감정이 생겼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구체적 양상, 지속 시간 등은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자기 손에만 반응하는 경우도 있지만, 타인의 손, 다른 물체 등에도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 미아
- 반
어떤 이들은 슬픔과 함께 그리움, 향수병, 두려움, 메스꺼움 등의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고도 이야기한다.
- 젠
- 트레이시
한국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수 비비가 ‘마녀사냥 2’에 출연해 자신의 증상을 설명한 이후 언급이 늘어났다. 누리꾼들이 묘사하는 구체적인 느낌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공통적으로 허무감과 쓸쓸함의 감정이 나타난다.
- 비비
- 익명의 누리꾼
✔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슬픈 젖꼭지 증후군은 실존하는 걸까?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 결론부터 말하자면 : 아무도 모른다.
온라인상에서의 토론이 거의 10년 동안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이 증상을 과학적으로 다룬 연구나, 의학적인 데이터는 등장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험적으로 이러한 증상을 겪는 환자들과 만나며 몇 가지 추론을 더 할 뿐이다.
가능성 하나. 뇌의 변연계가 하는 일?
성신여대 생물학과 전용필 교수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추측건대 뇌의 변연계 (동기와 정서를 담당하는 대뇌의 여러 구조물)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닐까? ”라고 슬픈 젖꼭지 증후군의 원인을 추측한다.
가능성 둘. 불쾌한 모유 수유 증후군과의 관련성?
모유 수유 의학 전문가인 몬테 수와릅 박사는 ‘불쾌한 모유 수유 증후군’으로 불리는 상태와 연관성에 주목한다.
“D-MER( Dysphoric Milk Ejection Reflex)는 모유 수유 시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는 의학적 상태다. 슬픈 젖꼭지 증후군의 증상은 D-MER와 유사하다.”
D-MER의 경우, 호르몬이 불쾌감을 촉발시킨다. 아기가 젖을 먹기 위해 엄마의 젖꼭지를 빨면 모유가 나오며 프로락틴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게 되는데, 이때 일부 여성의 경우 도파민이 줄어들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 주로 모유가 나오기 30~90초 전에 불쾌감이나 불안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며, 5분 이내로 안정을 되찾는 경우가 많다 . 산모의 약 9% 정도 나타난다는 소규모 연구 결과가 있다.
가능성 셋. 유두가 너무 민감해서?
수와릅 박사는 또한 ‘매우 민감한 유두’를 가진 사람들이 이런 증상을 겪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유두 자극으로 많은 양의 엔돌핀이 빠르게 방출되면 오히려 쾌락이 아닌 불쾌감이 느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어떻게 해야 할까?
슬픈 젖꼭지 증후군은 실체도 분명하지 않고 원인도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해결책은 명확하다.
💡 명확한 해결책 : 만지지 않는다.
슬픈 젖꼭지 증후군은 유두를 만지면 발생하고 만지지 않으면 빠르게 증상이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불쾌감이 생길 때 접촉을 멈추고 다른 긍정적인 감각으로 주의를 돌리자. 명상이나 운동이 도움이 된다. 파트너가 유두를 애무하려고 한다면, 나의 증상에 대해 설명해주고 다른 방식을 제안해보자.
만약, 불쾌감이 지나치게 긴 시간 지속되거나 일상에 큰 걸림돌이 된다면 유방의학과에서 의학적 상담을 받아볼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떠한 죄책감이나 불안감도 가질 이유가 없다는 것. “나만 이런 걸까?” 하며 문득 외로워질 때,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슬픔을 겪어왔고 겪을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리자. 슬픈 젖꼭지의 우주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다.
-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中
요약
- ‘슬픈 젖꼭지 증후군’은 유두를 만지면 불쾌한 감정이 드는 현상이다
- 의학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슬픈 젖꼭지 증후군을 경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