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로브 라이너 감독의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한 장면을 소개하고 싶다.
식사 중인 해리와 샐리 (그들은 친구 관계이다.), 섹스가 끝난 후 거짓말을 둘러대며 곧장 집으로 향한다는 해리를 향해 샐리는 비난을 날리고, 해리는 ‘어쨌든 여자를 만족시켜줬으니 된 것 아니냐’며 어리둥절해 한다. 조소를 날리며 ‘그게 진짜 만족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묻는 샐리에게 해리는 자신만만하게 ‘여자들이 가짜 오르가슴을 흉내 내기라도 한다는 거야?’하고 되묻고 샐리는 보란듯이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식당 한복판에서 실감나는 ‘오르가슴 연기’를 보여주고는 싱긋 웃는다.
이 장면에서 나는 안타까운 공감과 속시원한 통쾌함을 동시에 느꼈다. 고백하자면 나 역시 삽입섹스로 오르가슴을 느껴본 적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때는 이것이 나의 신체적 결함이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었다. 나와 관계를 맺은 이들은 모두 나름대로 친절했고, 삽입 전 충분한 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