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의 감정 교류 능력이 부족하다는 징후 5

몇 달 동안 어떤 사람과 데이트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상대가 아주 마음에 들고, 상대도 나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요. 함께 있으면 즐겁고, 성적인 궁합도 좋고, 관심사도 잘 맞아요. 그래서 상대에게 ‘그 이야기’를 꺼내 보려고 해요. 우리는 그냥 가볍게 서로 데이트를 하는 건지, 아니면 진지한 관계로 만남을 가지는 건지 확실히 하자고요. 그러자 상대가 멈칫하더니 말을 돌려요. 그러면 이제 고민하는 거죠. 우리 관계는 뭐지? 이 경우 어쩌면 파트너의 감정 교류 능력이 부족한 걸지도 몰라요. 그런데 이게 정확히 무슨 뜻일까요?

‘감정 교류 능력’이란?

감정 교류 능력이란 인간 관계에서 정서적인 유대감을 쌓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감정적 연결은 건강한 관계에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특히나 오랫동안 파트너 관계를 이어 가고 싶다면 더 중요하죠. 감정적 연결은 함께하는 삶을 만들기 위한 토대입니다. 성적인 궁합도 중요하겠지만, 함께 미래로 가는 길을 만들어 가려면 정서적 안정이 중요합니다. 파트너의 감정 교류 능력이 부족하다면 정서적 안정을 제공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사람의 입장을 명확하게 알 수 없으니 미래가 항상 막연할 수도 있어요. 둘이 서로 진지한 관계인지조차 확실히 알 수가 없는 상황에서는 함께 집을 산다거나 아이를 가지는 것 같은 큰 결정을 할 수가 없겠죠.

감정 교류 능력이 부족한 이유

감정 교류 능력 부족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애착 이론과 부모-자식 관계에 집중합니다. 향후 정서적 유대감을 쌓는 능력을 기르는 데는 유아기 양육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양육자가 아동에게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기를 거부하거나 아동이 정서적인 욕구와 표현을 보였다는 이유로 처벌하면 그 아동은 감정 교류 능력이 부족한 어른으로 자랄 확률이 높습니다. 유기나 방임, 조롱으로 인해 애착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어요. 이 상처 때문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타인과 감정적인 거리를 유지하려 할 수 있죠.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않으면 사람으로 인해 상처를 입을 일이 없으니까요. 감정 교류 능력 부족은 자기방어입니다.

감정 교류 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특징

데이트 상대의 감정 교류 능력이 부족한지 여부가 항상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아요. 오히려 반대일 수도 있죠. 감정 교류 능력이 부족한 파트너와의 관계가 처음에는 아주 즐거울 수도 있답니다. 감정 교류 능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사람에게 끌리는 감정이나 사람과 교제하고자 하는 욕구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자신에게 감정 교류 능력이 부족하며 자신이 관계의 진전을 막는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파트너나 자신에게 감정 교류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든다면 살펴볼 만한 징후가 몇 가지 있답니다.

서로에게 전념하는 관계를 두려워한다

서로에게 전념하는 관계 자체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관계에 명확한 이름을 붙이기 힘들어할 뿐 아니라 그 이상의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어요. 자기파괴적인 행동으로 관계를 끝맺는 경우도 많이 있거든요. 문제 없이 순탄한 관계인데도 먼저 관계를 끝내 버릴 수 있어요. 아니면 상대가 관계를 끝맺을 수밖에 없게 만들기도 해요. 가령 파트너가 특정한 행동을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알면서 갑자기 그런 행동을 해 버리죠.

계획을 세우고 지키기 힘들어한다

감정 교류 능력에는 자신의 삶에 타인이 들어올 자리를 만들고 삶의 일부를 상대와 나눌 준비를 하는 것도 포함돼요. 가령 데이트 상대의 가장 친한 친구가 결혼을 한다면 결혼식에 함께 갈 수 있잖아요. 하지만 감정 교류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보다 독립적이고, 파트너의 삶에 그리 많이 엮이고 싶어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이들은 너무 먼 미래의 일을 계획하고 싶지 않다고 핑계를 대곤 해요. 특히나 연휴 기간에 함께 지내는 등 진지한 관계의 이정표로 보일 수 있는 활동을 위해 시간을 비워야 하는 계획에 대해서는 더 그렇죠.

친밀해지는 것을 피한다

섹스는 보통 친밀한 관계에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감정 교류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모든 종류의 친밀감을 피할 수 있어요. 친밀감에는 성적인 것뿐 아니라 영적, 경험적, 정서적, 지적 형태의 친밀감도 있고, 감정 교류 능력이 부족하다면 이 중 일부나 전체에 대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답니다. 친밀감을 쌓는 데 문제가 있는 경우 끊임없이 상대를 바꾸어 가며 데이트를 하거나, 지나치게 완벽한 연애를 추구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기 어려워하고, 신체적 접촉을 좋아하지 않고, 낮은 자존감과 신뢰 문제를 드러내는 등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어요.

파트너나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한다

감정 교류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공감 능력도 낮은 경향이 있어요. 인간의 공감 능력 학습은 어느 정도 초기 양육자의 행동을 통해 이루어지고, 많은 이들이 인격 형성기에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해 감정 교류 능력이 부족해진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공감 능력 부족과 감정 교류 능력 부족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감정 교류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뿐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다루는 것도 어려워합니다. 민감한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할 수 있고, 더 심하게는 타인이 감정적으로 행동할 때 화를 내는 경우도 있어요. 파트너에게 약한 부분을 내보이며 스스로의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면 관계가 오래 가기는 어렵습니다.

관계에는 감정이 수반됩니다. 이건 감정 교류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좋아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죠.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진지한 관계의 이정표가 될 만한 일을 함께한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상대의 인생에 중요한 이들을 만난 적이 있나요? 상대가 장래 계획, 꿈, 추억 등 자신을 자신으로 있게 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준 적이 있나요? 사랑한다는 말을 하거나, 최소한 친밀한 방식으로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보여 준 적이 있나요? 내 파트너에게 감정 교류 능력이 부족한지 확인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첫 데이트 때보다 지금 더 상대와 가까운 관계가 되었는지 말이에요. 관계가 진전되지 않고 상대를 알아 가는 게 여전히 문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멀게만 느껴진다면 상대의 감정 교류 능력 부족 때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상대의 감정 교류 능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관계를 완전히 끝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하지만 먼저 파트너가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해요. 그리고 상대는 그저 아직 진지한 관계를 가질 준비가 안 된 것일 수도 있어요. 힘든 이별을 겪은 후 데이트를 너무 빨리 시작한 것일 수도 있죠. 어떤 경우든 헤어져서 상대가 스스로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게 좋을 수 있어요.

상대의 감정 교류 능력 부족의 근원이 아동기 방임 등 보다 깊은 문제인 경우에는 심리 상담을 하는 등 전문가의 도움을 구해야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파트너 본인에게 이 문제를 다룰 마음이 있어야 해요. 지금까지 느낀 문제의 징후에 대해 파트너에게 알리고, 이런 행동으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와 나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에 대해 대화해 보세요. 상대를 비난하지 말고 존중하는 태도로 대화해야 합니다. 이런 행동은 깊은 트라우마로 인한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세요. 상대에게 상담을 받아 보라고 권하거나, 함께 커플 상담을 받으러 가자고 제안해 보세요. 만약 파트너가 마음을 열고 감정을 드러내 보인다면, 이는 상대에게는 굉장히 큰 진전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상대를 격려하고 지지하며 상대의 진전을 칭찬해 주세요. 두 사람 모두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면 결국 감정 교류 능력 부족이라는 문제를 극복하고 좋은 관계를 쌓아 갈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