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섹스 이야기를 나누는 법

수많은 섹스토이를 갖추고 침실에서 섹스토이 수만큼이나 많은 만남을 가지게 되기 이전의 일을 떠올려 보세요. 십대 초반에 부모님과 앉아 그 악명 높은 ‘중요한 대화’를 나누던 당혹스러운 순간 말이죠. 지금도 엄마나 아빠가 ‘음경’이니 ‘질’이니 하는 해부학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단어를 입 밖에 내는 모습을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돋나요?

아니면 저처럼 부모님이 섹스를 너무나 민망하고 부적절한 대화 주제로 생각한 나머지 동네 열 살짜리 꼬마 패거리에게 주워들은 얘기가 성교육의 전부였을 수도 있겠죠. 더 심하게는 무시무시하게 부정확하고 순결만 강조하는 미국식 성교육 프로그램 말고는 섹스 얘기를 들은 적이 없을지도 몰라요.

운이 좋아서 아동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양육 방침이 유행하기도 전에 미리 실천하신 히피 출신 부모님을 만난 경우가 아니라면, 아마 여러분의 섹스에 대한 대화(나 그 대화의 부재)는 위에서 소개한 웃픈 상황 중 하나와 비슷했을 거예요. 그러면 사춘기에 힘들었을 확률이 높겠지만, 그래도 여러분은 결국 성적 자율권을 가지고 실천하며 나만의 바이브레이터를 가진 지금의 여러분으로 자라났죠.

하지만 그렇다고 부모님과 있을 때 섹스 얘기를 하기가 어색하지 않을 리는 없을 거예요. 부모님과 무엇이든 터놓고 얘기하는 절친한 친구 사이가 아니라면, 성인기야말로 자기성장을 위해 어쩌면 어색할 수 있는 침묵의 순간을 시작하기 딱 좋은 시기랍니다.

어쨌든 부모님도 섹스를 최소한 한 번은 해 봤을 거예요. 형제 수에 따라서는 더 많을 수도 있고요. 섹스를 해서 나를 낳은 사람들과 의미 있는 유대감을 쌓으려면 인간적인 성생활 이야기를 살짝 공유하는 게 최고죠.

다시 부모님과 섹스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이유

포르노와 담배, 술을 마음대로 살 수 있는 나이인데 왜 부모님에게 내 성생활 얘기를 꺼내야 하냐고요? 왜냐하면 사정과 오르가슴은 말로 꺼내기 창피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지극히 정상적이고 꼭 필요한 신체 기능이기 때문입니다. 배변이나 월경과 마찬가지로요. 이런 주제 자체는 원래 부끄러운 것이 아닌데 우리는 이걸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배웠어요. 어린 시절 농담 소재부터 사회와 매체가 강요하는 금기까지 모두 ‘은밀한 부위’는 항상 ‘은밀’하게 다뤄야 한다는 사상을 주입해요. 그리고 이상하게도 자위와 섹스까지 ‘은밀’한 주제가 되어 버렸죠.

가족이 모여서 저녁 식사를 하는 와중에 오늘 아침 쾌변했다고 외치라는 말은 아니에요. 물론 엄마랑 브런치를 먹을 때 어젯밤에 즐긴 후배위 섹스가 얼마나 멋졌는지 큰 소리로 떠들라는 뜻도 아니고요. 하지만 내 삶의 방식에 대해 더 자유롭게 알리고 싶다면 부모님에게 성적인 이야기를 꺼내 보세요. 어른의 대화를 통해서만 생기는 특별한 유대감을 쌓을 수 있답니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몇 년 전에 깨달은 성소수자 정체성을 커밍아웃할 시기라는 생각이 들지도 몰라요. 또 어쩌면 파트너와 폴리아모리 관계인데 마침 함께하고 싶은 또 다른 상대를 만나서, 이제 전통적인 관계상에 부합하는 ‘정상’ 커플인 척을 그만두기로 했다거나요. 아니면 다 됐고 그냥 엄마랑 최근에 산 바이브레이터 얘기를 하면서 낄낄대고 싶을 수도 있겠죠. 이유가 뭐가 됐든, 가장 가까운 혈연 관계인 사람과 더욱 깊은 부분까지 소통하고 싶은 건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니에요. 말 그대로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잖아요. 적절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꺼내기만 하면 된답니다.

조심스럽게 시작하기

기억하세요. 부모님이 우리 나이였을 때는 혼전순결이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고, 여성 오르가슴에 대한 관심은 사실상 없는 거나 다름없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옛날 사람인 건 그분들의 잘못이 아니에요. 그분들은 그저 섹슈얼리티의 역사 속에서 우리와는 다른 시점과 위치를 살아왔을 뿐이랍니다. 그러니 갑자기 애널 플러그를 활용한 애널 섹스 같은 얘기부터 꺼내지는 않는 게 좋아요. 전하려고 하는 성적인 부분이 드러나는 소식이 어떤 것이든 간에, 친숙하고 조용한 사적 공간에서 대화를 시작하세요. 조카의 두 번째 생일 파티에서 자식의 성생활에 대해 충격적일 수도 있는 소식을 갑자기 듣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간결하고 솔직하게 말하기

평생 해 온 섹스 이야기를 죄다 늘어놓거나 침대맡 서랍장을 가득 메운 킹키한 토이 얘기를 쏟아내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세요. 일단 단편적인 정보만 슬쩍 흘리고(“엄마, 나 요새 섹스토이를 찾아보고 있는데 Eva가 커플한테 그렇게 좋다더라.”) 분위기를 봐서 대화를 이어 가세요. 성소수자 정체성이나 합의 하에 이어 가고 있는 비독점적 관계에 대해 커밍아웃한다면 아무래도 최근에 산 섹스토이 얘기를 꺼내는 것보다 좀 더 무거운 이야기가 오갈 거예요. 부모님과 단둘, 혹은 셋이서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때를 기다려 얘기를 꺼내고, 요점에 집중하세요(“아빠, 나 동성애자야.”/“엄마, 난 여자도 좋아하고 남자도 좋아해.”).

충분한 시간 주기

자식이 성인이 되어 내린 성적인 결정에 대해 부모님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시간을 주세요. 그간 대화한 적 없는 주제의 문을 열었다면 부모님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정할 때까지 침묵이 흐르더라도 잠시 기다리는 여유를 가지는 게 중요해요. 부모님이 이런 주제를 처음부터 잘 받아들이지 못하더라도 반응하고 의견을 말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정말로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님이라면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일단 자식이 이제 정말 성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다음에는, 어린 시절처럼 섹스 얘기를 금기시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이해할 테니까요.

긍정적인 부분 조명하기

35살 어른도 부모님에게는 아이일 뿐입니다. 그러니 부모님 입장에서는 작고 소중한 우리 아가가 사랑의 고통을 겪는 걸 상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내가 선택한 것이 내 행복과 인간으로서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설명하고, 가능하면 이 점을 부모님이 가르쳐 준 것과도 연결해서 이야기해 보세요. 처음에는 부모님이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저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지금껏 내린 성적인 결정들 덕분에 부모님이 바라던 대로 행복하고 생산적인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을 계속 보여 주세요.

희망을 잃지 않기

솔직히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는 분명 황당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장난해? 우리 부모님한테 섹스 얘기를 하라고? 그 양반들한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성장 환경에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섹스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는 걸 아예 못 견디는 부모님도 있을 수 있어요. 부모님이 유독 성적인 부분에 폐쇄적인 경우, 너무 몰아붙였다가는 아예 진전의 여지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으니 조심하세요. 간격을 두고 조심스럽게 섹스 얘기를 꺼내세요. 더 이상 그 주제를 꺼내는 것 자체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까지요. 나이든 부모님이 황혼기에도 아직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랄지도 몰라요.

부모님도 시대가 변했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 변화가 좋은 방향이었다는 걸 증명하는 건 여러분의 몫입니다. 이제 여러분이 ‘중요한 대화’를 하자며 엄마, 아빠를 앉혀 놓고 성교육 선생님 역할을 할 차례예요. 이제는 부모님보다 여러분이 섹스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을 수도 있어요! 처음에는 무서운 일이라고 해도 일단 뛰어들어 보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걸 깨닫게 마련이죠. 섹스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시작하고 보면 자기 자식이 잘 되기만 바라는 두 사람과 전에 없이 친한 관계가 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