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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과 할리우드

미투 운동과 할리우드

미투 운동과 격변의 영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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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과 할리우드

목적

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착한 일을 하면 상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게 된다고 배운다. 그러나 자라면서 세상은 그렇게 교과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고, 권력이 법의 철조망을 요리조리 피하는 모습도 많이 봐왔다. 이번에도 비슷했을까? ‘하비 와인스틴(Harvey Weinstein)’은 어떤 결말을 맞이했을까? 또 그렇게 촉발된 미투 운동은 영화계에서 어떤 발자국을 남겼을까?

#MeToo, 도착점이 아닌 출발점

진창에 떨어진 하비 와인스틴

할리우드 유명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이 지난 2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영화배우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왔다는 것이 밝혀졌다. 용기 있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드러낸 영화인들에 의해 만천하에 공개된 그의 범행은 대중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피해자들이 밝힌 그의 성범죄 행위는 다음과 같았다.

  • 구강성교 강요
  • 피해자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며 이를 지켜볼 것을 강요
  • 자신이 샤워하는 모습을 볼 것을 강요
  • 목욕 가운을 입고 나타나 마사지 강요
  • 피해자의 손을 잡아끌어 자신의 성기를 만지도록 강요
  • 다른 피해자(여성)와 키스하도록 강요
  • 피해자의 신체를 더듬으며 성희롱적 발언을 함

하나하나 모두 피해자들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박탈하고 존엄성을 위협하는 행위지만, 그의 성범죄가 악질인 이유는 또 있다. 그가 영화계에서 자신의 위치와 영향력을 가지고 피해자들을 협박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위를 이용하여 영화에 출연시켜주거나 혹은 기획한 영화에 투자, 고용해주겠다며 피해자들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들였다. 자신의 말에 따르지 않으면, 포기하고 자신의 성욕을 채워주지 않으면 영화계에서 설 자리를 없애겠다고 협박했다. 그는 피해자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동시에 자신이 한 짓을 아무도 증언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피해자들은 그가 마치 자신의 인생을 거머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그럴 힘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피해자 개개인은 약할 수 있으나 무려 80여 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이 그의 혐의를 고발했고, 우리는 권선징악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동생 '밥 와인스틴(Robert "Bob" Weinstein)'과 함께 설립한 와인스틴 컴퍼니는 2018년에 파산 신청 후 결국 파산했으며, 하비 와인스틴의 아내인 '조지나 채프먼(Georgina Chapman)'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그와 이혼했다. 그는 각종 영화계 협회에서도 회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마지막으로 길고 긴 법정공방 끝에 하비 와인스틴은 2020년 3월 성범죄 혐의로 23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내가 누군지 알아? 나 하비 와인스틴이야”. 그가 바라던 대로 우리는 이제 그가 누군지 안다. 그가 더는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감독이 아니라 그저 여생을 낡고 찬 감옥에서 보내야 하는 성범죄자라는 것을 안다. 그는 영화계의 영원한 반면교사가 될 것이고 2017년 이후의 세상은 피해자들의 외침을 잊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바뀌었고 변화는 돌이킬 수 없다.

일자리에서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

하비 와인스틴의 몰락 이후, 여성들은 그치지 않고 ‘타임즈 업(Time’s Up)’이란 단체를 설립했다. 미투 운동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이 타임즈 업 단체는 영화계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직장 내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자는 목표를 하고 있다. 엠마 스톤, 리즈 위더스푼, 나탈리 포트먼, 에바 롱고리아, 아메리카 페레라 등 여러 배우와 TV 프로듀서, 시나리오 작가 등 영화인들뿐만 아니라 미셸 오바마의 참모를 지낸 변호사 니나 쇼와 티나 천 등 300명 이상의 여성들이 참여했다.

2018년 1월 1일, 타임즈 업은 공식적으로 단체의 출범을 공표했다. 뉴욕 타임스 광고에서 “모든 사람이 생계를 유지하고, 자신을 돌보고, 가족을 돌볼 권리가 있고, 괴롭힘과 성폭행 및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이 생계를 유지할 권리가 있다”며 유리 천장과 직장 내 성폭행 및 성추행 근절을 위한 연대를 외쳤다. 타임즈 업은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위한 법률 지원을 위해 1,300만 달러(138억여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고 위더스푼과 라임스, 메릴 스트립, 스티븐 스틸버그 등이 펀드 기부에 참여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하필 직장에서의 평등과 안전에 주목할까? 그들은 성희롱과 성폭력을 근절하려면 가장 먼저 불평등을 없애야 한다고 답했다. 타임즈 업의 촉매제가 된 하비 와인스틴 사건만 봐도 불평등과 권력의 차이, 성범죄는 그 틈에서 발생했다.

타임즈 업은 특히 저임금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업무 환경, 유색 인종 여성을 위한 기회 증진,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임금과 동등한 근무 환경과 같은 성 평등 문제에 관한 법률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골든 글로브를 뒤덮은 검은 파도

2018년 1월에 열린 제75회 골든 글로브 레드 카펫에는 때아닌 ‘Black’ 열풍이 불었다. 엠마 왓슨, 메릴 스트립, 미셸 윌리엄스, 나탈리 포트만, 엠마 스톤, 빌리 진 킹 등 수많은 여성 배우들이 검은 드레스를 입고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전 시상식의 총천연색 화려함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단순 유행이 아니라 2018년 1월 1일에 출범한 ‘타임즈 업’ 단체의 첫 활동이었다.

타임즈 업 단체 회원이거나 혹은 그들의 행보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하비 와인스틴 사건과 미투 운동을 잊지 말고 여성 인권과 성폭력 피해자들의 회복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의미로 그들이 가장 주목받을 수 있는 장소에서 단결과 연대를 보여준 것이다.

여성 배우들은 검은 드레스나 혹은 검은 바지 정장을 입었으며, 남성 배우들은 본래도 검은 턱시도를 주로 입기 때문에 'Time’s UP'이 적힌 검은색 리본을 달았다.

그러나 일부는 검은색으로 물든 시상식을 보며 장례식 같다며 비웃었다.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이들은 묵인하고 홀로 성폭력을 견뎌왔던 고통스러운 무기력함을 떠나 보내는 장례식을 치른 건 아닐까. 성폭력과 불평등에 맞서 함께 싸워갈 연대의 시대가 시작됐다.

요약

  • 하비 와인스틴은 결국 성범죄 혐의로 23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 하비 와인스틴 처벌은 미투 운동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점이 됐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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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골든 글로브에서 여성 배우들이 검은 드레스를 입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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