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여성 성∙연애 고민 필수앱 자기만의방2천 개의 평가
4.8
비밀 정보 열어보기
logo
share button
월경용품 답사기 - 사용설명서

월경용품 답사기 - 사용설명서

안전성, 편리성, 가격, 그리고?

5min
월경용품 답사기 - 사용설명서
🛸
지금 다른 행성에서는 사람의 운명은 행성의 역사와 같아, 그 자체로 특별하지 않은 행성은 없으며, 어떤 두 행성도 같지 않으므로. 우리는 당신이 궁금해하는 타인의 행성을 소개합니다. 누군가의 경험과 생각, 삶에 뿌리를 둔 진짜 이야기에서 지혜를 찾아보세요. 이번에는 '나명원' 님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To be continued 월경용품을 하나하나 리뷰해보는 시리즈물입니다! 필요할 때 열어요, 슬기로운-월경-키트☽

내 나이 서른한 살. 그 중 20년 가까이 매달 일주일씩 피를 흘렸다. 월경 얘기다. 그동안 다양한 월경용품 사이를 떠돌았다. 어떤 것은 잘 맞지 않는데 대안이 없어 계속 썼다. 또 어떤 것은 처음 쓸 때는 하늘이 나를 위해 준비해 준 선물 같았지만 몇 달 쓰다 보니 단점을 알게 됐다.  MT 등 단체 여행을 갈 때면 한두 명이 먼저 여행 후보지에 답사를 가서 어떤 곳인지 확인해 본다. 같이 여행할 다른 친구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다. 월경용품도 먼저 써 본 사람이 어땠는지를 알면 참고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월경용품 답사기》 시리즈를 쓰기로 했다. 이 시리즈에서는 지금 쓰는 것과 다른 월경용품이 궁금한 이들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전한다.  

먼저 일회용 월경대(부착식 월경대), 면 월경대(다회용 월경대), 탐폰(일회용 삽입형 월경대), 월경컵, 월경 흡수 속옷이라는 다섯 가지 제품군을 직접  써 봤을 때 어땠는지 정리하고 주관적 기준으로 평가하며 관련 이슈가 있다면 정리한다. 그 다음에는 각 제품군에 속하는 대표 제품을 비교해 본다.  모든 브랜드의 모든 제품을 사용해 볼 수는 없으므로, 제품별 비교는 개인적 감상보다는 소재/성분이나 크기 등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을 기준으로 한다.

월경하는 사람

나는 굉장히 규칙적으로 월경을 한다. 따로 주기를 기록할 필요도 없이, ‘할 때 됐는데?’ 싶으면 이틀 안으로 속옷에 피가 묻어 나온다. PMS도 지금은 거의 없다.

그러나 월경혈의 양은 그렇게 자비롭지 않다. 월경을 시작하고 첫 이틀 동안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자주 월경대를 교체하거나 월경컵을 비워야 한다. 그래서 월경용품을 고를 때 용량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월경할 때가 되면 포궁경부가 아주 많이 내려오기 때문에 큰 월경컵은 쓸 수 없는 관계로 월경컵을 써도 보조 제품이 필요하다. 대신 이틀이 지나면 양이 확 줄어서 8ml 용량의 컵을 열두 시간씩 끼고 있어도 새는 일이 없다.

또 한 가지. 나는 여러 이유로 트랜지션을 위한 의료적 조치를 선택하지 않은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다. 월경할 때는 디스포리아가 심해진다. 월경 전후의 호르몬 대격변이 문제인지, 월경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여성 취급을 받은 역사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월경한다는 사실을 자각하면 위화감과 불쾌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급적 월경 중에도 월경하고 있음을 최대한 잊고 지낼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한다.

✔️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디스포리아, 트랜지션 등 용어가 궁금하다면 '성생활' 카테고리 속 <퀴어위키 - Ⓣ당신 곁의, 트랜스젠더(상)> 문서를 읽어 보세요!

제품군별 비교 : 7가지 기준

월경용품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이 시리즈의 초반부에서는 다양한 월경용품 제품군 중 내가 1년 이상 꾸준히 사용해 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평가할 수 있는 다섯 가지를 다룰 것이다. 일회용 월경대, 면 월경대, 탐폰, 월경컵, 월경 흡수 속옷이다. 일단 직접 사용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쓰고, 내가 월경용품을 고를 때 따져 보는 일곱 가지 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별점으로 표시하려 한다.

1. 사용감

짧게는 3일에서 내 경우 7일에 달하는 월경 기간 동안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사용할 때 얼마나 편한지, 월경혈이 고여 축축하거나 찝찝한 느낌은 없는지가 중요하다.

2. 용량

월경혈의 양이 적거나 월경 기간 전체에 걸쳐 적당량씩 분배해서(?) 나오는 사람이라면 용량이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단기간에 콸콸 쏟는 사람에게는 제품의 용량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가령 면으로 된 다회용 월경대는 다른 제품군에 비해 흡수량이 많지 않고 세탁할수록 용량이 줄어들어 나에게는 조금 불편했다.

3. 편리성

교체하거나 비우거나 세탁하기가 얼마나 편한지도 중요하다. 안 그래도 피를 흘리고 있는데 그 뒤처리까지 번거로우면 슬프니까.

4. 안전성

사실 시중에 나온 월경용품은 대부분 안전하고, 안전해야 한다. 하지만 소재나 성분이 복잡할수록 안전하지 않은 것이 들어갈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또 제품 자체가 괜찮아도 사용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령 탐폰의 경우 극히 낮은 확률이지만 독성쇼크증후군 등 감염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 항목에서는 ‘안전하지 못할 확률이 낮은’ 제품군에 높은 평점을 매길 예정이다.

5. 접근성

구매가 쉬운지, 사용법이나 후기를 쉽게 접할 수 있는지, 심리적 진입장벽이 높지는 않은지를 평가한다. 아무리 좋은 월경용품이라도 살 수 없거나, 두렵거나 거부감이 들어 사용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6. 비용

길게는 수십 년 동안 달마다 월경을 한다면, 월경용품으로 인한 지출도 무시할 수 없다. 보통 일회용 제품군은 지속적으로 돈이 나가고, 다회용 제품군은 초기비용이 높은 대신 2~3년에 한 번만 지출하면 된다.

7. 디스포리아

월경용품을 사용하면서 월경 중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성별에 대한 위화감이나 불쾌감을 느낀 정도를 평가한다.사실 제일 주관적인 항목이지만, 월경하는 사람이라면 트랜스젠더뿐 아니라 시스젠더 여성에게도 참고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특정 월경용품이 내게 디스포리아를 적게 불러일으킨다면, 그 제품은 월경 중에도 월경을 잊고 할 일에 집중하게 해 주는 제품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제품, 브랜드별 비교 : 5가지 기준

같은 형태의 월경용품이라도 어디서 어떻게 만든 제품이냐에 따라 소재나 성분부터 가격, 크기까지 천차만별이다. 이 시리즈의 후반부에서는 앞에서 소개한 다섯 가지 월경용품 각각에서 대표적인 몇 가지 제품/브랜드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정보 중 눈여겨볼 만한 것을 정리해 본다.

1. 소재/성분

월경용품의 소재/성분은 질감뿐 아니라 안전성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정보다. 2017년 월경대 발암물질 파동 이후 관련 제도가 정비되어 이제 국내 판매하는 월경용품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전성분을 표시하게 되었다. 월경컵은 보통 단일 소재로 만드는 반면, 일회용 월경대의 경우 전성분이 복잡하고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알기 어려운 단어가 많다. 그 중 확인할 부분을 정리한다

✔️
월경대 발암물질 검출 문제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몸' 카테고리 속 <월경대 발암물질>문서를 읽어 보세요!

2. 사이즈

패드형 제품의 사이즈는 용량과 직결되며, 언제 사용할지에 따라 다양한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다. 반면 삽입형 제품의 경우 사이즈에 따라 아예 어떤 사람은 사용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월경 흡수 속옷은 평상시에 입는 속옷과 비슷한 사이즈를 고르면 된다.

3. 용량

월경용품의 용량이 크면 자주 교체하거나 비우지 않아도 되어 편리하다. 월경컵의 용량은 제조사나 제품 리뷰를 통해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월경 흡수 속옷의 경우에도 대부분 제조사에서 ml 단위로 용량을 표시한다. 그러나 많이 사용하는 일회용 월경대, 면 월경대, 탐폰의 경우 보통 용량을 표시하지 않아서 이 항목은 제외하고 정리할 예정이다.

4. 가격

같은 조건이라면 당연히 가격이 저렴하면 좋다. 정가를 기준으로 정리한다.

5. 유해물질 검출 여부

일회용 월경대, 면 월경대, 탐폰 각 제품에 대해 2017년 월경대 발암물질 파동 당시 여성환경연대 조사, 이로 인해 이루어진 식약처 월경용품 전수조사 결과 유해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되었는지 여부를 표시한다. 식약처 전수조사에서는 검출된 물질이 무엇인지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이것도 표시한다. 또한 2017년 조사 결과를 현재 시중 제품에 정확히 적용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제조사 차원에서 별도로 제품에 대해 유해물질 테스트를 시행하고 있는지도 같이 정리한다.

어차피 해야 할 월경이라면

월경은 귀찮고 때로 괴롭기도 하다. 그래도 기왕 월경을 벗어날 수 없다면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더 잘 맞는 월경용품을 사용하는 게 낫다. 하지만 잘 맞는 제품을 철저하게 고르려면 온갖 정보 더미를 헤집고 다녀야 한다. 실제로 사용해 보면서 겪는 시행착오는 덤이다.

단지 월경을 한다는 이유로 그만한 수고를 들여야 하다니 불공평한 일이다. 그래서 이 시리즈에서는 이런 수고와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여기저기 뭉쳐 있는 정보 더미를 정리하고 내가 겪은 시행착오도 전달하려고 한다. 

첫 편에서는 가장 많이 쓰는 월경용품인 일회용 월경대를 다룬다.


댓글
월경용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연관 콘텐츠
Download a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