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옷을 산 다음 나는 늘 가위를 찾았다. 목 뒤에 붙은 텍을 떼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좀 덜하지만 어렸을 땐 그 이물감을 견디기 어려웠다.
그정도로 예민했던 나에게, 브래지어 착용은 충격과 공포였다. 처음에는 나도 브래지어라는 걸 하게 된다니! 라는 생각에 잠깐 설렜었다. 그 설렘은 착용 후 곧바로 사라졌다. 갑갑함. 그 세 글자를 가슴에 둘러싼 기분이었다.
와이 낫 와이어리스
그리하여 나는 일찍이 와이어 브라와 결별했다. 브래지어를 막 착용했을 무렵인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나는 와이어리스 브라를 고집했다. 마트나 시장에서 파는 보세 상품부터 브랜드가 있는 상품까지 나름 여러가지의 와이어리스 브라를 입어본 결과 나에게 잘 맞았던 제품은 두 가지였다.
①데이즈 와이어리스 브라. ②유니클로 와이어리스 브라. 더 추천하는 것은 전자의 제품으로, 두 제품 중에 데이즈 제품이 더 얇게 핏되는 편이다. 가슴이 큰 사람이라면 신경쓰일 수도 있지만 난 다행히 가슴이 작다….
와이어리스브라는 우선 와이어가 없다는 점에서 일반 브라보다 훨씬 갑갑함이 덜하다. 가슴을 받쳐주는 기능을 위해 두꺼운 패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내가 언급한 두 브랜드의 와이어리스제품은 패드가 얇은 편이다.
그러나 여전히 거슬리는 것은 남아 있었다. 바로 후크. 나는 후크마저 없는 제품을 찾기 시작했는데, 데이즈에서 나오는 심리스 브라가 착용감이 괜찮았지만 패드가 두꺼운 편이라(오로지 패드에 의존해서 가슴을 받치다보니) 여름에는 착용이 어려웠다.
더 다양한 옵션
여름에 나는 대안으로 니플패치를 찾아다녔다. 우선 다이소 등에서 파는 반창고 형태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당신의 젖꼭지가 어떤 모양인진 모르겠지만 반창고 형태로 가려질만한 젖꼭지는 니플패치보다 노브라가 낫다고 장담한다. 여하간 여러 니플패치 중에 살아남은 니플패치는, 올리브영에서 판매하는 실리콘 니플패치였다.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오프숄더 상의를 입을 때도 편했다. 다만 상의가 널널하다면, 실리콘의 접착력만으로 가슴에 붙어있으므로 이따금 흘러내릴 수도 있으니 주의. (나는 이 여러번의 불상사로 니플패치와도 결별했다)
그러다 우연히 패션 유튜브에서 브라렛을 발견하게 된다. 브라렛은 와이어나 패드 없이 레이스 형태로 가슴을 받쳐주는 브래지어를 뜻하는데, 내가 본 브라렛들은 대개 패드를 넣을 수 있는 제품이었고 나 역시 패드가 있는 제품을 사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소개하는 브라렛들은 와이어리스브라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와이어리스보다는 뒷면이 넓은 제품이 많아 가슴을 받치는 면적이 넓다. 하늘하늘, 이블랭 등의 속옷 쇼핑몰에서 여러가지 보세 브라렛들을 구입해보았었는데, 개인적으로 레이스가 너무 많거나 패드가 너무 두꺼운 제품은 손이 가지 않았다. 가끔 입긴 하지만 얘네가 심 없이 나를 받치기 위해 애쓰고 있구나 하는 게 느껴져서 그 고생이 달갑지 않다.
의외일 수도 있겠는데, 내가 가장 자주 입는 브라렛은 네이버 쇼핑에 '실크 브라렛 뷔스티에'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후크가 무려 24개 달려있는 브라렛이다. 우선 실크 소재가 부드러워서 기분이 좋고, 뒷 면적이 넓고 후크로 둘레 조절이 가능해서 그때 그때 컨디션에 맞게 잘 조절해서 입을 수 있다. 끈이 얇은 편인데, 설리가 일전에 언급한 '액세사리로써의 브라'에 잘 맞는 브라라는 생각이 든다.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디테일도 있으면서 편해서 가장 자주 손이 가는 브라렛이다.
사바사, 가바가, 브바브
더 많은 제품을 소개하고 싶지만 사바사란 말이 있듯 가바가(가슴 바이 가슴)아닐 것인가. 그래서 내가 자주 착용하는 브래지어의 특징과 구매팁을 알려주며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바로 브라의 어떤 부분이 가슴을 받치는 역할을 하는지 살펴볼 것! 패드가 받쳐주는지, 레이스가 가려주는지, 등을 감싸는 부분은 얼마나 되는지 등등. 나의 경우 패드가 얇고 레이스 같은 부수 요소는 적고 등을 감싸는 부분이 적당히 넓은 것이 좋았다.
나의 경우 운동화를 사는 만큼의 기능성과 패션 요소를 브래지어에도 적용하고 있는 것 같다. 발이 불편하면 오래 못 걸어다니니 얇은 굽의 구두는 신지 않고(와이어브라는 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너무 후리…하지 않고, 너무 장식적이지도 않고, 기능성과 겉보기가 적절하게 조화되는 것.